사랑어린식구들에게
긴긴 겨울을 지나 만물이 깨어나는 봄이 왔습니다. 배움터 앞에는 매화가 하얗게 활짝 피었고 곳곳에 푸른 싹이 돋아나고 있지요.
이렇게 사계절이 순환하듯이 배움터에서도 새로운 인연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새식구들을 환영하며 축복을 전하는 자리를 갖고자 합니다.
소중한 시간, 사랑어린 시간이 되도록 꼭 오셔서 따뜻한 마음 나눠 주셔요.
당신이 계셔 내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어린사람입니다.
2017년 3월 포근한 봄날에 사랑어린사람들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이 편지를 두 손에 꼭쥐고 사랑어린배움터로 갑니다. 봄날 어린 꽃잎처럼 아이들의 웃음꽃이 환하게 피어납니다. 우리는 살랑거리는 물결을 따라 꽃잎이 춤을 추는 수반에 손을 담그고 마음을 씻어냅니다. 그리고나서 새 식구가 되는 아이들과 가족들을 만납니다. 우리는 함께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고, 오늘 이 자리를 위한 마음을 모읍니다. 마음을 모으는 일은 양탄자가 깔린 길을 따라서 새 식구들이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길을 내어주는 일과도 같아 보입니다. 오늘은 새 식구를 맞이하고 아이와 어른이 함께 배움 첫 길을 여는 날입니다.
초등 씨앗반 1학년 박재민 가족, 재민이는 하고 싶은 말을 하늘에에게 미리 살짝 귀뜸을 해뒀답니다.
중등 天가족 7학년인 박주미 양의 사촌동생이기도 하답니다.
초등 잎새반 4학년에 편입하는 김하진 가족, 하진이는 중등 地가족 8학년 예진이 동생입니다.
아이와 함께 배움을 시작하는 부모에게 틱낫한 스님을 책을 선물드렸답니다.
새롭게 중등 天가족이 된 이은결, 김솔비, 최성우, 이예온입니다.
7학년이 된 친구들이 마음을 담은 글을 들려줍니다. 부모들과 가족들이 함께 나와서 인사를 하고 마음을 전합니다. 아이들은 공책과 발우를 받았고 호미를 받았습니다. 호미가 닳아져야만 졸업할 수 있다는 누구의 농담에, 아이들은 울상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얼굴입니다. 몇몇 친구들의 마음을 전합니다.
-나는 천지인을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보내고 싶다. 선배들이랑도 친해지고 싶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을 하기 싫다고 안 하지 않겠다. 후배들이 들어오면 후배들한테도 잘 해주자.
이렇게 지내면 정말 멋지게 살겠지만 실천하기가 어여울 거다. 그래도 노력하자.
-나는 올 한에 天으로 살면서 나를 잘 다스리고 올 한에는 나도 모르는 그 무엇을 위해 뭐든지 잘 배우고 나의 길을 열심히 키워 나갈 것이다.
天가족 손지우, 김소월, 장재희, 이소민입니다. 소월이와 소민이는 우리 배움터에 첫 발거음입니다.
아이들은 기숙생활로 대표되는 중등의 변화에 대해 호기심과 걱정이 있습니다. 부모들은 집을 떠나는 아이들에 대해, 집에 남겨진 자신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배움이기 전에 자신의 배움과 자신의 길을 잘 가고 있는지 생각합니다. 잡히지 않는 생각들에 휩싸일 때면 울먹이다가도 웃습니다. 내 마음이 그러하듯이... 귀가하는 날이면 먼 길을 오고가야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집에서는 마음대로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하다가 이제는 삼시세끼 정해진 간식에 배고프다,를 달고 살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전해주는 말을 들으면 든든하고 대견한 마음이 듭니다. 부모들의 걱정은 아이들에게 가서 닿기 전에 아이들은 벌써 튼튼해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7학년 친구의 말을 전합니다.
-저는 중학교 3년 동안 친구들과 즐겁게 살아가며,
나의 미래를 위해 도전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 마음껏 누리며,
사랑어린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 것입니다.
초등 열매반 6학년 박태언 군이 새 식구가 된 형, 누나, 동생 들을 위해서 마음을 담아서 편지를 읽어 줍니다. 편지는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썼다고 합니다. 중등으로 가는 형, 누나 한 명 한 명에게 고마움과 잘 지내기를 바라는 당부를 합니다. 형, 누나, 동생 모두 잘 지내!
우리 배움터와 인연이 있는 분들이 배움 첫 길 여는 날을 축하해주러 오셨습니다. 교육 현장에 계시는 분으로 교육공동체, 마을공동체를 찾아가는 일이 오늘과 같은 날이 아닐까 한다, 고 하셨습니다. 우리들 모습을 쉼없이 영상으로 담으셨답니다.
중등 天가족 7학년 김영주, 김강민, 정연재, 정용훈입니다. 영주와 연재는 사랑어린배움터에 첫 발걸음입니다.
오늘 가족이 함께하지 못 한 친구를 위해서 대모께서 축하해 주셨습니다. 대부대모께서도 못 오셨으니 오늘을 위한 대모는 따로 계셨던 모양입니다. 우리 모두는 언제든 어디서든 아이들을 위한 대부대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천지인이 되면서 남을 욕하거나 놀리는 말을 줄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모범이 되도록 조금이나마 노력하겠습니다.
-나의 지난 한 해를 돌아보자면 하루하루 급박하게 보낸 게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이번 한 해에는 게으르지 않지만 느리게 사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공부도 느리게 하지만 게을리하지는 않고 독서도 느리게 하지만 게을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느리게 사는 생활 속에서 지금의 내가 모르고 있는 여러가지를 배우고 싶다.
중등 人가족 9학년 친구들이 새 식구들에게 전하는 마음을 모아서 대표로 정다훈 군이 읽었습니다.
-저희 9학년이 새로 온 친구들과 부모님들이 걱정이 많으실 것 같아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저희 학교는 <함께 어울려 놀면서 크는 집>이기 때문에 천지인이 어울려 잘 사는 중입니다. 학교에서는 밥을 매일 해먹고 걷기도 늘 하는데요, 밥은 맛이 없긴 해도 몸에 좋다는 것을 느끼고 걷기도 힘들지만 건강해지는 것을 느껴요. 7학년 친구들도 점점 이 학교에 적응하고 맛있는 것도 기다리면서 익숙해져 가는 것 같아요. 저희가 7학년 때는 불안하기도 하고 힘들어 하기도 했는데 이번 7학년은 저희보다 더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2달 정도 지나면 훨씬 더 잘 살 수 있겠죠? 그리고 또 8, 9학년들이 7학년에게 잘 해주고 있으니까요 안심하세요^^ 그래도 7학년들이 힘들어 한다면 옆에서 같이 위로해죽고 이야기를 해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고 저희도 7학년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위로해주고 있답니다.ㅎ 아무래도 기숙사 생활이 새로운 경험이라 좀 힘들어하는 것 같았는데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점점 적응하고 있고 저희도 옆에서 챙겨주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저희 배움터 가족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같이 잘 살아봐요!
중등 天가족 7학년 정은빈, 심다빈, 류지훈, 박주미입니다.
우리 친구들이 중학생이 돼서 하고 싶은 일은 뭘까요.
-나는 중학생 때 동안 요리도 배우고 피아노도 엄청 잘 치고 싶다. 또 친구들이랑 더 친하게 지내고 그림이랑 공부도 열심히 배우고 싶다.
-저는 중학생으로 살아가는 동안 할 건 하고 안 할 건 안 하며 누구도 모르는 나를 아아가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또한 여러가지 일을 잘 지키며 살고 싶다.
-나는 중등을 살아가는 3년 동안 후배들한테는 착하게 대해주고 친구가 바르지 못한 일을 하면 고쳐주고 선배한테는 대들지 않고 살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까지 이것들 중에서 단 하나도 잘 지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내 안 어디에 꼭꼭 숨어있는 걸까요? 왜 이렇게 끄집어내기가 어려울까요? 나올 듯 하면서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급기야는 다급하게 뱉어내고 황급히 도망치듯 달아납니다. 8학년 목영이가 후배들을 사랑한다,고 외치고 어쩔 줄 몰라 합니다. 내 마음과 같아서 부끄러워지다가 살짝 미소 짓습니다. 8학년 친구들이 후배들을 위해 사랑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1학년 재민이 하나여서 힘들기도 하겠지만 2, 3학년 형누나들이랑 재밌게 웃고 노는 걸 보니까 다행이었어. 1학년은 열심히 뛰어노는 때니까 올해 재밌게 보내길 바래. 4학년 하진아. 가끔씩 노는 모습 보면 잘 적응해 놀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아 보였어! 너도 재밌게 놀고 먹고 친구들이랑 잘 지내길 바래. 16명 대가족 7학년 영주, 연재, 용훈이, 은빈이, 예온이, 강민이, 우성이, 다빈이, 주미, 솔비, 지우, 지훈이, 재희, 소민이, 소월이, 은결이! 天으로 다니게 된 배움터는 다른 느낌이 들 텐데, 적응 잘 할 거라고 생각해! 걷기, 밥모심도 아직은 서툴지만 잘 하고 있어. 잘 못 지낼 줄 알았는데 잘 지내서 좋아. 같이 지내는 8, 9 누나형들한테 자주 얘기도 하고 그래! 학교 다니면서 불만이 생길 수도 있고 친구들끼리 일이 안 풀려서 화나는 때도 있겠지만 협력해가면서 크는 7학년이 되길 바래. 모두들 우리 배움터에 온 걸 환영하고, 친하게 지내자! 애들아 ... 사랑해!
이제 어디에도 봄입니다. 온통 하얗고 노랗고 빨갛게 뒤덮이겠지요? 봄은 지난겨울 얼어붙었던 모든 것들이 스스로를 이겨내고 움트는 날들입니다. 봄에는 움터오는 것, 예쁜 것, 아름다운 것 들을 더 많이 보라,고 해서 동사 '보다'에 명사형 어미를 붙여서 '봄'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하나마나한 생각을 해봅니다. 이 봄에 우리 아이들과 어른들이 배움 첫 길을 열었습니다. 사랑어린배움터 가족 모두가 서로 배움의 도반이 되어 함께 걸어가기를 바랍니다. 그 길이 양탄자가 깔린 비단길이라고 해도 혹은 울퉁불퉁 자갈길이라고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