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에게 띄우는 편지
사랑스러운 그대, 줄리엣에게!
싱그러운 5월 어느 날, 한 소녀가 길을 걷습니다. 낮은 담장으로 장미꽃이 무성한 주택가 골목길을 따라 느릿하게 걸어갑니다. 소녀는 하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립니다. 미소 띤 얼굴로 스마트폰을 바라보다가 잠깐 멈춰서 소리 없이 환하게 웃습니다. 그리고 다시 골목 속으로 걸어갑니다. 담장 안쪽 마당에서 털이 부스스한 강아지 한 마리가 볕이 따가운지 낑낑거리고, 집주인인 것 같은 여자는 빨래를 탈탈 턴 뒤 빨랫줄에 널고 있습니다. 여자는 빨래를 널다 말고 소녀에게 알은체를 하지만 그녀는 약간은 위태로워 보이는 걷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소리 없던 소녀의 웃음소리는 차츰 멀어지고, 빨랫감에서 튕겨나간 물방울은 햇살 속으로 퍼지고, 털복숭이 강아지는 등을 마당에 대고 뒹굴며 여전히 낑낑거립니다.
혼자 환하게 웃음 지으며 걷던 소녀를 보던 날, 당신이 떠올랐답니다. 조금은 허황된 생각 같아서 웃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사랑에 빠진 당신 모습이 저러 했을까, 생각했답니다. 당신도 이탈리아 베로나(Verona)의 어느 골목길을 걷고, 어느 집 담장에 핀 장미꽃을 보고-당신은 로미오의 이름이 로미오인 것을 안타까워하며 “장미꽃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어도 똑같이 향기로울 게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어떤 이와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겠지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당신 눈앞에서 단지 펼쳐지기만 했을 것 같아요. 당신의 사랑은 세상에 있는 것들을 존재하되 마치 없는 것처럼 만들었고 실재하는 것은 오직 사랑만이 유일했을 테니 말입니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을 소녀의 환한 미소가 당신의 사랑 안에서 영롱하게 빛나기를 살짝 바래봅니다. 줄리엣, 당신도 함께하시겠지요?
혹시 요즘 들어 사람들이 무시로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나요? 로미오와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난지 400년도 훨씬 더 지났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이 참으로 묘해서 어제 일어난 일도 까마득하기만 할 때가 있고, 400년이라는 셀 수 없는 시간의 저편에 서있는 당신은 손에 잡힐 듯도 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알 수 없는 곳, 헤아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당신을 우리는 오늘 만나기도 한답니다. 당신을 만나는 날이면 저 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햇볕은 포근하고 파아란 하늘은 더욱 짙어진답니다.
지난봄, 섬진강을 따라서 가득 핀 벚꽃이 새하얀 강줄기를 만들고 지리산 자락 마을에 핀 산수유꽃이 노란 산봉우리로 봉긋 솟아오를 때 우리는 당신을 만났답니다. 알고 계신가요? 그날, 섬진강을 따라 오르던 바람이 한껏 부풀어 오르던 그날을 말이에요. 그날 당신을 닮은 예쁜 친구들 한 무리가 찾아왔답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그리고 학교를 다니면 고등학생일 친구들까지 열 명이 넘는 친구들이 극단 연습실에 모여 앉았답니다. 당신이 이곳 지구별에 살았던 때 당신 또래랍니다. 아참, 우리가 누군가하면 당신의 모습을 무대에 그리는 사람들이랍니다. 우리 극단 <마을>은 2011년 여름날 서너 명이 모여서 만들었지만 벌써 일곱 번째 정기공연을 앞두고 있답니다. 당신은 물론 이곳을 알지 못하겠지요. 우리는 여기 작은 시골 동네 구례에서, 곡성에서, 순천에서 낮엔 일을 하거나 학교에 다니고 밤이 되면 모여 연극을 배우는 사람들이랍니다.
우리는 당신의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을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어 나갔어요. 우리는 지난날 통학버스에서 힐끔거리며 쳐다보던 여학생을 생각했고, 비 내리던 날 처음 우산을 받쳐주던 사람을 생각했고, 처음 손을 잡고 공원길을 걷던 사람을 생각했고 그와 함께했던 날들과 그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답니다. 사랑은 밤하늘의 별과 같아서 잡힐 듯해도 어느새 멀어지곤 합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사랑을 생각하며 살짝 눈시울을 붉히거나 크게 웃어대기도 했답니다. 물론 이곳의 당신 또래 친구들은 어쩌면 상큼한 설렘을 마음 깊은 곳에 꽁꽁 싸매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저 말이 없거나 미소만 짓거나 싫어요, 했을 뿐이었으니까요. 당신도 그랬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어릴 적 사랑의 달콤함에 빠졌을 때 우리가 살았던 동네에 대해서, 그때 우리가 즐거워하며 놀았던 많은 일들에 대해서 추억했답니다. 우리는 연습실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어울려 기억 속의 놀이를 하고, 지나간 유행가를 불렀답니다. 네, 맞아요! 우리는 그저 놀았답니다. 우리는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진뺏기나 공놀이를 하고 우리의 전통 몸짓과 먼 옛날 무사들이 칼을 들고 싸우던 기술을 춤으로 만든 검무를 배우며 놀았답니다. 우리 몸짓은 참으로 부드럽고 예뻐서 손끝, 발끝이 허공에서 살짝 튕길 때에는 비눗방울이 톡톡 터지는 것 같답니다. 아마 당신도 보면 함께하고 싶어질 거예요. 칼은 당신이 살던 곳에서나 이곳에서나 무섭고 흉한 물건이지만 우리 몸짓과 어우러질 때 아름다워졌어요. 어떤 물건이든 쓰는 사람에 따라서 너무나도 달라지는 게 참으로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해 여름은 참으로 더웠답니다.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몇 해만에 무더위가 찾아온다고 일기예보에서 연일 뉴스를 내보낼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5월에는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도시에서 장미꽃보다 붉은 피를 검은 아스팔트 도로 위에 쏟으며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답니다. 그들은 다만 사람으로 살기를 원할 뿐이었는데 말입니다.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른 군사정권은 사람들의 입과 귀를 틀어막았답니다. 통제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어른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아이들을 피해 은밀하게 속살거렸어요. "오메, 임신흔 여자를 죽여불었당께 시상에나!" "오메, 어째야쓰까!" 하면서 말입니다. 사람들의 속살거림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납덩이처럼 짓눌려 사람들 사이를 떠다녔어요. 그렇게 사람들 사이를 떠돌던 공포와 폭정은 몇 해가 지나서 자유와 민주를 향한 사람들의 외침이 되어 거리로 터져 나왔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들의 피와 죽음과 맞바꾼 것이었어요. 이렇게 1980년대는 오월로 시작되어 유월의 때 이른 여름인 듯한 폭염 속에서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었답니다.
사람들은 그런 폭염의 날들 속에서도 하루를 살았어요. 멋진 대중가수의 사진을 모으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막내딸의 생일잔치를 열어 친구들을 초대하고, 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가고, 밤이 되면 까만 밤하늘에 뜬 달을 보며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했답니다. 은혜와 민호는 그런 하루 속에서 만났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그럴까요? 당신과 로미오도 양쪽 집안의 반목 속에서 불행한 사랑의 전형-이 표현은 참으로 쓰고 싶지 않지만-으로 우리에게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이 두 친구의 집안도 다르지 않았답니다. 당신의 사랑 앞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다툼 속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에요. 더욱이 어른들은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일쯤은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한답니다. 은혜는 기울어진 가세를 세우기 위해 부모의 강요로 정략결혼을 하게 되지만 결혼 전 마지막 생일잔치에 불청객으로 찾아온 민호와 사랑에 빠진답니다. 은혜와 민호는 어떻게 될까요?
젊은 친구들은 집안 어른들의 반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어울려 청춘을 즐겼답니다. TV에서만 보던 여자가수가 동네 나이트에라도 올라치면 밤을 새워 쫓아다녔고, 커다란 카세트라디오를 어깨에 메고 춤을 췄답니다. 더위를 피해 계곡을 찾을 때면 누가 더 멀리까지 헤엄을 칠 수 있는지, 누가 더 오랫동안 물속에서 버틸 수 있는지 하릴없는 내기를 하기도 했어요. 작열하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청춘을 어찌할 줄 몰라 젊음의 분출구를 찾아 헤맸답니다. 하지만 사고는 늘 예기치 않은 곳에서 운명처럼 찾아오는 모양입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날에 은혜의 사촌과 민호의 친구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젊음의 열정에 사로잡혀 결국 죽음에 이르고 민호는 경찰에 쫓기는 몸이 되고 맙니다. 이 사건으로 두 집안의 갈등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됩니다. 쫓기던 민호와 은혜는 동이 트는 걸 안타까워하며 짧은 밤을 함께 보내고 아쉬움 속에서 헤어집니다. 그날 밤의 헤어짐이 기나긴 이별의 시작이 되고 만남의 마지막이 될 줄 누구라도 알았더라면...
도피 중이던 민호는 평소에 따르던 백경선생을 찾아갑니다. 선생은 두 집안의 화해를 위해 두 사람을 몰래 결혼시켰답니다. 민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던 은혜도 선생을 찾습니다. 선생은 둘의 사랑을 맺어주고 두 집안을 화해시킬 묘책을 발휘했어요. 하지만 당신과 로미오를 맺어줬던 로렌스신부가 “아, 무정한 시간의 장난이여!”라며 절규하듯 백경선생도 결국 비탄에 빠집니다. 이처럼 두 사람의 사랑을 향한 불행한 운명은 예고되고 반복되는 것이건만 밤의 어둠이 오후의 햇살을 뒤쫓는 것처럼 소리도 모양도 없이 내밀하게 덮친다는 걸 우리는 왜 몰랐을까요? 지금 당신에게 운명의 시곗바늘을 뒤로 돌려달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도 부질없는 짓이겠지요? 아, 사랑은 진정 슬픔만을 먹고 자라는 것인가요?
민호 집안과 은혜 집안은 수백 년 동안 원한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그들은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서로에 대한 증오와 미움을 물려받은 것입니다. 이것은 그들 안에서 욕심과 욕망으로 부풀려져 그들을 타협하고 화해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아집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답니다. 기울어진 가세를 세우기 위해 부자에게 정략결혼을 시키며 은혜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것도 어른들이지요. 결국 읍장의 “어른들 쌈질에 기어이 이런 사단이! 그래, 이제 속들 시원한가?”라는 불호령처럼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눈물의 사단이 나야 우리 안의 악습을 끊을 수 있을까요? 우리의 삶이란 것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해져서 우리 사회는 점점 천박해지고 아름다운 일에 둔감해지고 사랑보다는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게 되었답니다.
민호와 은혜는 그런 부모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영향으로 서로 어울려 노는 일이 조금을 꺼림칙하지만 그저 재밌게 놀면 됐지, 라며 주저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이지요. 지난날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자신을 틀 안에 가두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도 못 한답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여 강요하기 일쑤지요. 결국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구습을 몸과 마음에 익히게 되는 것이겠지요. 부모,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답니다. 그래서 어떤 판화가는 “아이들 뒤따라 올 텐데”라며 자신이 가는 길을 걱정했다지요.
그 시절 동네에는 아픈 사람이 한둘쯤은 있었답니다. 산발한 머리에 꽃을 꽂고 치맛자락을 나부끼며 강둑에 홀로 서서 바람을 맞이하던 여자, 아이들에게 바보형 소리를 듣고 입가로 늘 침을 흘리며 어눌하던 말의 남자, 그들의 나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사람들은 때론 하대를 하고 때론 높여서 부르기도 했어요. 아마도 사람이 경험할 수 없는 심연을 겪은 뒤 울음마저도 가슴 깊은 곳에 박혀서 터지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험하고 무자비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던 사람의 정신이 온전할 리가 없었지요. 거지철학자는 자신의 이상을 좇다가 막다른 길에 들어서서 좌절하고 자기만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는 늘 술에 취해서 우리에게 화려한 불빛의 이면을 보라고 큰소리칩니다. 동네바보형은 성장하기를 그만두는 대신 어린아이의 순수를 가졌어요. 그는 두 집안의 싸움을 어눌한 말과 행동으로 힘겹게 막아선답니다. 너무나 똑똑해서 혹은 너무나 바보스러워서 순수한 사람들, 어쩌면 그 둘은 우리가 회복해야 될 우리 안의 진짜 우리 모습일지도 모르겠어요. 결국 그들은 증오와 미움의 어른들 세계와 순진무구한 사랑의 아이들 세계를 이어주고 어울리게 하는 새로운 세계인 것이지요. 당신의 사랑은 그것의 바탕이겠지요?
우리 극단 <마을>은 당신의 모습을 그리면서 함께 어울렸답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머리를 맞대 장면을 만들고, 종이를 자르고 풀칠하고 색칠하며 함께 소품을 만들고 그것으로 킥킥거리며 놀았답니다. 우리의 전통 몸짓과 검무를 추면서 어른이 아이에게 배우고 아이가 어른을 따랐답니다. 이것은 단지 기능을 익히는 데에 한정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에 대한 답답함과 어른들에 대한 고지식함에 대한 토로 등이 나타나면서 서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이는 어떤 배움보다 소중했답니다. 그리고 중학생 친구들은 연극연습 중에 수학문제를 풀고 영어단어를 서로에게 물어보고 답하며 틈틈이 학교공부를 했답니다. 아이들이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대본을 외우고 연출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하지만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자기 나름대로 풀어가는 모습으로 보여서 대견하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로미오와 줄리엣 1980`S>는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무대를 완성했답니다. 우리의 전통 몸짓과 검무, 대중가요와 국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놀이와 음악으로 어울리기도 했어요. 그 안에서 초등학생부터 어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반목하고 싸우고 사랑하는 삶의 모습이 펼쳐진답니다. 우리 극단 이름인 <마을>처럼 마을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서 울력으로 일을 하듯 우리는 무대를 만들었지요.
우리는 이렇게 함께 어울려 놀 때에 아이들과 어른들이 서로 함께 커가고 배운다는 걸 알았답니다. 서로 어울려 놀 때에 배려와 헌신이 없다면 노는 판은 깨지고 그 안에서는 뭔가를 배우기도 어렵겠지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세대의 차이를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때에 비로소 한 편의 연극이 만들어졌답니다. 우리가 알든 알지 못하든 이러한 어울림의 바탕에 당신의 사랑이 있었답니다. 당신의 사랑을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으로 보면서 우리 안에 사랑을 키운 것이지요. 당신의 사랑은 우리 <마을> 안에서 남녀의 사랑을 넘어서 우리 모두가 함께 어울려 놀면서 크고 배우게 만들었답니다. 이렇게 어울리는 삶의 바탕을 일러서 사랑이라고 한다는 것 또한 알았답니다.
우리는 이번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전에 당신을 가만히 그려봅니다. 당신이 객석 저 높은 곳에서 때론 웃음 짓고, 때론 눈물지으며 앉아 있는 걸 무대에서 흘깃 봅니다.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고 슬픈 눈으로 무대 너머 먼 곳을 보고 계시네요. 당신이 찾아와서 우리는 들뜨고 분주하고 너무나도 기쁘답니다. 이제 연극이 끝나면 당신은 다시 떠나겠지만 당신이 앉았던 자리는 늘 우리와 함께하겠지요?
당신은 나날이 변하는 변덕스러운 달을 두고 맹세하지 말라고 했지만 오늘만은 저 달을 두고 맹세하겠어요. 당신을 향한 사랑이, 밤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처럼 우리 곁에 있는 수많은 당신을 향한 사랑이, 변하지 않겠노라고. 저 달은 우리에게 보이든 아니든 밤하늘에서 한결같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으니까요.
밤이 깊었네요. 잠든 아이가 즐거운 꿈을 꾸는지 이불을 뒤척이며 웃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우리가 당신을 처음 만나던 날에 바람은 부드러워지고 꽃잎이 날리던 걸 잊지 못해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당신을 만나는 상상을 한답니다. 안녕, 줄리엣. 안녕!
'사진 몇 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미오와 줄리엣 1980`S> 드레스 리허설 (0) | 2016.06.18 |
---|---|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연습 장면 (0) | 2016.06.13 |
힘껏 달리고 불끈 힘을 쓴 사랑어린 어울마당 (0) | 2016.05.04 |
동백꽃이 지는 날은 오동도에 간다 (0) | 2016.04.19 |
무위당 전시회 이야기마당_관옥선생님 (0) | 2016.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