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가는 길은 가까운 길은 아닙니다. 강원도 원주라고 말하면 더욱 더 멀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험한 산을 넘어서 찾아 가는 강원도 어디메는 아니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니 어쩌면 그렇다고 하더라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옛 사람들이 봇짐을 둘러 메고 산을 넘을 때 새하얀 메밀꽃 천지가 달빛을 받아 황홀감을 느꼈다고 한다면
온 식구가 버스 한 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노래 연습을 하며 달려가는 유쾌함이 우리에게는 있었으니까요.
장터 놀이판을 찾아가는 유랑극단처럼 설렘과 즐거움, 걱정과 긴장을 싣고 달려갑니다.
틈틈이 오늘 밤을 자고 나면 먼 길 떠날 아이들과의 헤어짐을 준비합니다.
제 곁에 앉은 어진아빠에게 엮는 방법을 배워 팔목에 걸칩니다.
우리는 가족 소풍을 나온 날인양 둘러 앉아 점심을 먹고 낯선 땅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안데스의 어느 자락에서 가족과 함께 점심을 먹은 지 얼마쯤 되었을까? 함께 노래를 불러본 적은 언제였을까?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그날을 위해서라는 어줍잖은 생각으로 5천 원짜리 앙증맞은 오카리나를 집었습니다.
작디 작은 오카리나는, 손에 쥐었을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기도 힘든 먼 곳 페루에서 시작되어
에콰도르를 거쳐 남도의 한 구석으로 찾아듭니다.
오카리나 맑은 소리는 콧잔등 위에서 모여 흩어지고 손에 쥐었던 안데스의 사람들은 눈앞에서 아득합니다.
휴게소에서의 과대망상을 뒤로 하고 고속도로에서는 너나없이 원주로 달려갑니다.
아버지는 용기를 불태우고 어머니는 애를 태우고 아이들은 자신을 태웁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걷고 또 걷고, 그리고 걸어 갈 우리 아이들!
두려움 없이 배우고 오겠다는 듬직함으로 자신을 태워야만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욱한 마음에 엄두조차 내기 힘들지만 아이들은, 다만 즐겁습니다.
마구 달리던 버스가 잠시 멈추자 과감하게 그것도 버스쪽을 향해 일갈하는
우리의 현승이 덕분에 한알학교를 향한 마지막 고비를 넘어 갑니다.
엄마들과 여학생들은 분홍이름표 기숙사로, 아빠들과 남학생들은 파란이름표 기숙사에 짐을 풉니다.
-한알학교 학생 밴드 애플파이 2기-
짐을 풀고 학교로 향합니다.
이미 리허설이 한창이고 음향설비를 셋팅 중입니다.
리허설 보자마자 이렇게 저렇게 코치가 들어갑니다.
우리 아이들은 다른 팀 모습에 쫄지 않습니다.
"기타 치면서 점프 하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아세요?"
소리샘의 제안에 윤수가 댓구합니다.
배움지기, 학부모 공연 연습에 농사밴드까지 소리샘이 계시지 않았다면
잘 해내지 못했겠지요? 수고하셨습니다. 열정적인 모습, 멋졌어요...^^
우리 식구들 공연과 리허설 스케치는 몽피 선생님 게시물로 대신합니다.
생생하고 재밌습니다...^^
리허설이 끝나고 산티아고 순례에 대한 설명회가 있었습니다.
한알학교 여선생님 두 분과 우리 일부님, 세 분이 함께 합니다.
모두 선생님 말씀 하나 놓칠세라 집중하고 질문 합니다.
일정, 비누, 세제, 사용할 돈 그리고 뭐든 궁금하실 듯 합니다.
'구빈이가 가게 된다면 난 어떤 질문을 하게 될까?' 너무나 잠깐 생각합니다.
학교를 둘러봤습니다.
작고 아담하지만 생기가 넘치는 모습입니다.
예전 초등학교 화장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남자 기숙사에는 요즘 식으로 만든 생태화장실이 있습니다.
우리 배움터에서도 배움지기들께서 중심이 되어 생태화장실을 만들기로 했다고 합니다.
"되살림터"라는 이름에 "그렇구나!" 합니다.
쓰레기 분리 수거장은 되돌림터!
-학생 동아리 활동 밴드 애플파이 연습실-
모두가 모이는 우리로 치면 살림방 정도 될 듯 합니다.
반대편에 탁구대가 있습니다.
학생 동아리에 탁구부가 있던데 한쪽 구석에서
말하자면 동아리 활동을 하는 모양입니다.
복도가 컴퓨터실입니다.
학교가 작아서 공간이 부족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앞 소파에서 아이가 잠들어 있습니다. 늦은 밤까지 오늘을 준비했을까요?
탁구대가 있는 전체 공간도 컴퓨터 공간도 복잡해 보입니다. 컴퓨터에 이런저런 선들이 또 많잖습니까?
우리 학교는 도배도 돼 있고 널찍하고... 하긴 '이사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니까!' 하고 맙니다.
-전통찻집 : 순천에서 가져온 맛있는 차를 맛보세요~-
주연아빠께서 차를 내주십니다.
전통찻집이 우리 식구들 베이스 캠프가 돼버렸습니다.
- 아이들이 모으고 만들고 판매하는 플리마켓(벼룩시장), 한알베이커리이 펼쳐집니다.-
김용우 교장선생님과 마을 이장님의 절과 고천문으로 당산제를 지내고
느티나무 음악회를 시작합니다.
마술 동아리의 마술쇼, 새로운 장르 코믹 마술(?)
-주연이가 속한 난타 동아리 환타-
우리 식구들 공연입니다.
조선시대 단종께서 유배길에 쉬어가셨고 강원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느티나무와
그 아래 너럭바위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무대가 예뻤습니다.
나무와 바위의 큰 품안에서 웃고 상기되고 손 잡은 모습은 더 예뻤습니다.
지금 그 곳은 몇 시일까요? 아니 낮일까, 밤일까요?
너무 멀어 알지 못하니 그리운 마음도 알지 못합니다.
너무나도 멀어서 소리칠 수 없고 손짓할 수 없습니다.
다만, 가깝게 스쳐 지나갈 때 소리하고 손짓하지 않았음을 떠올립니다.
마을 이장님 노래와 입담은 그만큼 학교를 살갑게 여기고 있음이겠지요?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이 인사 잘하는 게 좋다는 이장님.
아이들이 학교와 마을을 잇는 힘이 된다는 반딧불이 말은 그래서 더 와 닿습니다.
지금은 우리 배움터 주변을 돌아보고 처음 동의서를 마을분들께 받아서 손에 쥐던 날들을
떠올려 보는 때인 듯 합니다. 입하방학과 수련으로 엊그제를 보낸 선생님들처럼...
비교 분석 중...?
저 팀은 고등학생 형들이잖아!
한알학교 선생님의 색소폰 연주에 흥이 나신 선생님들 그리고 한알 아이들의 신나는 난타 무대.
흥에 겨워 노는 것 그리고 그걸 바라보며 함께 흥을 내고 즐길 줄 아는 것,
나를 움직이고 세상 속에서 꿋꿋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게 하는 힘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난. 타.
그런 흥을 제대로 풀어내고 또 풀어내게 만드는 사람들, 윈디시티(Windy City)
K팝이네,아이돌 스타네 하며 돈과 미디어가 그들에게만 문전성시를 이룰 때
자신들만의 흥으로 자기의 길을 그냥 가는 그런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그리고 너무 늙어 할머니가 되어버린 어머니를 읊조리는 강산에...
밤은 어김없이 깊어가고 타오르던 불빛은 사그라집니다.
타다 남은 재를 뒤적이던 사람들은 술잔을 기울이고
술병이 비어가면 사람들은 노래합니다.
목이 쉬면 날이 밝을까봐 아이고~하며 아랫목을 찾아듭니다.
다음 날 "어제 일은 무덤까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을 스치듯 듣기는 했습니다만,
술에 취하고 밤에 취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니 그것이 뭔 말인지 누가 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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