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 저녁이 되면 바람이 찹니다.
낮에도 차가운 날이 계속되던 겨울에는 우리가 이미 겨울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차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봄,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도 봄바람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몸은 아침과 저녁을 받아들이기에 준비가 더 필요한 모양입니다.
아이들은 따뜻한 낮 햇살 아래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운동장을 내달리거나
무릎에 공책을 받치고 무언가를 열심히 써내려 갑니다.
어떤 친구는 도서관 툇마루 아래를 벌써부터 들락거립니다.
그곳이 이미 자기 본부가 됐다고 합니다.
본부를 어떻게 꾸밀지 궁리가 시작됐습니다.
여자친구들은 도서관 앞 화단에 앉아 무릎에 머리를 박고 열심입니다.
누군가는 꽃잎을 바라보며 골똘히 상념에 잠깁니다.
잘 써내려가다 뭔가 잘 안 되고 막힌 모양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관옥나무도서관에서 두두두 달려다니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관옥나무도서관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까르르 웃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어른들은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을 맞이하거나, 함께 차를 마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관옥나무도서관에서 무엇을 할까요?
한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도서관 안을 둘러 봅니다.
전기공사 때문에 한전에서 오신 분들을 만났습니다.
전봇대를 세워야 한다고 합니다.
일부님, 관장님과 브라보랑 함께
어디에 전주를 세우고, 전깃줄은 어디로 가게 할 것인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전봇대는 어디다 세우든 지나가는 개가 다가가 다리 하나를 들겠지요?
전깃줄은 어디로 가든 하늘을 가르며 줄을 칩니다.
다만 그것들이 있어야 할 데에 있게 해야겠습니다.
작은 분교가 있는 동네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주인은 반찬을 내놓으며 생선값이 올라서 백반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생선찌개 냄비는 푸짐했고, 반찬은 그곳을 찾아오는 손님만큼 많았습니다.
밥을 먹고, 저 길로 가면 바다가 나온다면서요? 한마디에 길을 따라 갔습니다.
호수 같은 바다가 있었습니다.
그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팔고, 밤을 보낼 수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먼 바다를 건너온 바람이 섬으로 둘러싸인 호수 바다에서 맴돌다 거칠게 뭍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 모양을 한참 동안 바라봤습니다.
관옥나무도서관 화장실 외벽 마감이 커피집의 그것과 닮아서 여기저기 두드렸습니다.
커피집 주방에서 아주머니 두 분이 놀란 눈으로 유리창 너머로 쳐다봤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관옥나무도서관을 찾아올 사람들을 위해서
바다를 바라보며 밤을 지새우기 좋은지, 커피집 한 켠에 딸린 방에 들어가서 둘러봤습니다.
큰 창으로 호수 같은 바다를, 호수 같은 맑은 눈으로 지긋이 바라보는 관옥나무도서관이 그려집니다.
소주 한잔, 콜라 한잔, 그리고 소주와 콜라가 적당히 혼합된 그거(이름이 소콜 머시기인데...^^) 한잔이
봄날 나른한 점심 나절을 더디게 보내게 합니다.
관옥나무도서관이 봄날 햇살은 따사롭지만 바람이 세차던 날,
끝나는 곳에서 다시 시작된다는 거기, 호수가 있는 바다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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