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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몇 장

사랑어린잔치_추수감사제(축구와 길놀이로 몸 풀고 고천제로 마음 모으기)

 

 

올해 사랑어린잔치는 근 한 달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순천작가회의화 함께하는 가을 시낭송 콘서트를 시작으로 천일기도 회향, 배움지기 논문 발표, 생.공.스콜레를 향한 배움터 설명회, 벼를 수확하는 일 그리고 추수감사제까지 이어집니다. 잔치를 준비하는 마음을 나누었던 시간들, 주말마다 했던 울력, 공양간과 교실 안팎을 쓸고 닦은 정성에 보태어서 보이지 않은 손길들까지 더 하면 아마도 두 달여를 사랑어린잔치로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를 잔치처럼 살아가자,는 말이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구나 싶습니다.

 

이제 사랑어린잔치의 마지막을 추수감사제로 마무리합니다. 추수감사제는 해룡남초등학교 동문들과의 축구 한 판으로 시작됩니다. 동문들, 아빠들, 아이들과 몽-드림 배움터 식구들이 함께 섞여서 팀을 나눕니다. 피파 경기 규칙에 맞춰 기념사진을 찍고 서로 악수를 하고 오랜만에 공을 쫓아 운동장을 누빕니다. 졸업한 친구들 미르, 현수, 승보, 효건 그리고 때때로 만나지만 너무나도 바쁜 윤수도 모두모두 반갑습니다.

 

 

 

 

 

 

 

 

 

 

 

 

 

 

 

 

 

 

 

 

 

공을 쫓다가 지쳐 몇 번을 쪼그려 앉아있던 바람별이 오랜만에 공을 잡습니다. 역시 아빠들보다야 아들들이 날쌔긴 합니다. 은성이는 날아다니거나 쌩쌩 달립니다. 몽-드림 배움터 친구들도 종횡무진 달려다닙니다. 평소에 축구를 하는지 동문들의 공을 향한 발길질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른들과 오빠들이 축구공을 쫓아다닐 때 아이들은 조금 지켜보다 재미 없는지 돌아섭니다. 언니들이 그네 기둥에 뭐라뭐라 낙서를 하며 놉니다. 지안이는 언니들을 애타게 부르며 밀어달라 하지만 대꾸도 없습니다. 이런 언니들에게 지안이는 살짝 삐친 거 같습니다. <내 꺼야!>를, 외치고 싶지만 참습니다. 진짜 내 꺼는 따로 있기 때문에요...^^ 언니들이 낙서하는 모양을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합니다.

 

 

 

 

 

 

 

 

 

 

 

 

 

 

 

 

 

 

 

 

 

 

 

 

 

 

 

 

 

 

 

 

 

 

골~일까요, 아닐까... 파상공세를 온 몸으로 막아냈던 오늘이 아빠, 그리고 한 마디..."들어가는 건 안 찍었죠?" 왜 우리가 골 넣을 때 모습은 없나요? 손님을 모셨잖아요. 다재다능, 경계대상 1호인 건영아빠도 굴욕 표정으로 망가지는 마당에...^^ 이른바 굴욕사진이 한 장 더 있으니 찾아보는 것도...

 

 

 

 

 

 

 

 

공양간 앞 계단에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모인 사람들 만큼이나 많고, 다양한 저마다의 사람들이 공양간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들을 따라서 공양간으로 갑니다. 땀 흘려 함께 운동장을 누빈 뒤 비빔밥을 나눕니다. 동문들이 학교에 다닐 때 지금 공양간이 1학년 교실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제가 다녔던 학교도 1학년 교실은 우리 공양간처럼 떨어져 있었는데 새로운 친구들을 배려했던 마음이었을까, 잠깐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은 점심 밥모심을 마치고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거나 족구를 하거나 고천제 준비를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길을 찾아서 떠났던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납니다.

 

 

 

 

 

 

 

 

 

 

 

 

 

 

 

 

 

 

 

 

 

 

 

 

 

 

점심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느다란 빗줄기가 내립니다. 시간이 흘러도 가늘게 내리던 빗줄기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사람들은 분주해집니다. 한쪽에서 사람들은 20미리가 온다고 했다거나, 여기는 바닷가여서 순천시내 일기예보하고는 맞지 않을 거다라는 이야기를 하며 날씨를 확인합니다. 사람들은 걱정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합니다. 구름은 숨어서 보이지 않고 하늘은 뿌옇고 빗줄기는 여전합니다.

 

고천제 시간이 다가올수록 빗줄기는 굵어집니다. 우선에 비닐을 구해서 운동장에 펼쳐놓은 북을 덮고 고천제 상차림은 거둬들입니다. 고천제를 지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어려울 듯 싶습니다. 얼마전 공사가 끝난 비닐하우스를 떠올립니다. 비닐하우스는 바닥과 전기공사 마무리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비닐하우스로 들어가서 공연을 하고 고천제를 지낼 수 있을지, 오늘 모인 사람들 모두가 들어갈 수 있을지 살펴봅니다.

 

 

 

 

 

 

 

 

 

 

 

 

 

 

 

 

 

 

 

 

 

 

 

 

 

 

 

 

 

 

 

 

 

추수감사제를 진행하는 팀은 비닐하우스에서 고천제를 지내기로 하고 준비를 합니다. 시계는 예정된 시간을 향해 금방 다가설 것 같습니다. 사풍은 구령대 옆 등나무를 의지해서 비를 피하며 길놀이 채비를 합니다. 서로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고 장구를 고쳐 맵니다. 이 정도 빗줄기는 그냥 맞으면서 고천제로 가는 길을 놓을 수 있겠다는 것처럼 즐거워 보이기도 하지만 약간은 긴장돼 보입니다. 중등 친구들도 자신의 악기를 들고 모여듭니다.

 

빗줄기가 점차 굵어지고 있을 때도, 어른들과 형, 오빠들이 길놀이 준비로 분주할 때도 우리 아이들은 자신들의 놀이로 즐겁기만 합니다. 우산을 들고 인력거를 타고 앞으로 뒤로를 외치고, 옷을 뒤집어쓰고 깔깔대며 운동장 여기저기를 뛰어다닙니다. 아이들에게 빗줄기는 잔치를 위한 하나의 장치처럼 보입니다. 비가 오면 그냥 비가 오는 대로 그걸로 노니까요! 어른들은 살짝, 아주 살짝 애가 타지만 말입니다.

 

 

 

 

 

 

 

 

 

 

 

 

 

 

 

 

 

 

 

 

 

 

 

 

 

 

 

 

 

 

 

 

 

 

 

 

 

 

 

 

길놀이는 빗속에서 운동장을 돌고 비닐하우스 앞에서 한바탕 신명을 펼칩니다. 몇몇이 길놀이패 안에서 함께 흥을 돋구고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맞이합니다. 길놀이패를 따라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학교 밖으로 길놀이를 나가지는 못하고 살짝 축소 되었지만 사풍 사람들은 머리결이 비에 젖고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도 상기된 표정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때 몇 사람은 비닐하우스를 정리하고 고천제를 지낼 준비를 합니다. 바닥에 물을 뿌려서 쓸고 공사 자재를 정리합니다. 고천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운동장에 있던 음향장비와 북을 옮겨와 설치합니다. 고천제를 지낼 멍석을 깔고 상을 차립니다. 길놀이를 따라온 사람들이 비닐하우스 안으로 모입니다. 옹기종기 모여서 비닐하우스를 둘러보며 고천제를 기다립니다. 때마침 비닐하우스를 쓰게 됐다고 하거나, 비닐하우스가 생각보다 크고 좋다거나, 비닐하우스 개소식을 이렇게 하게 됐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비는 계속 내립니다.

 

 

 

 

 

 

 

 

 

 

 

 

 

 

 

 

 

 

 

 

 

 

 

 

 

 

 

 

 

 

 

 

 

 

 

 

 

 

 

 

 

 

 

 

 

 

 

드디어 준비가 끝나고 이령아빠의 대북이 울립니다. 세개의 법고가 낮고 느리게 또 높고 빠르게 울릴 때 하늘에서 내려올 법한 선녀들이 사뿐사뿐 들어옵니다. 북소리는 하늘의 울림소리처럼 때론 낮고 때론 높게, 잦아들 듯하다가 몰아칩니다. 하늘에서 구름이 비를 뿌리고, 바람이 거칠게 바다를 건너고, 천둥이 내려치는 듯이 울려퍼집니다. 비닐하우스는 북소리에 들썩거리고 사람들은 귀와 눈을 떼지 못합니다. 선녀들은 모였다가 흩어지고 때로는 하늘을 향해 솟구칩니다. 그때 북은 더욱 세차게 휘몰아치고 사람들은 가슴 벅차다는 게 이런 건가, 생각합니다. 

 

따스하게 빛을 발하던 해가 어느샌가 구름에 가려집니다. 잔잔하던 바람이 급하고 거칠게 불어서 구름을 불러 모읍니다. 얼크러진 구름 사이로 거친 바람이 헤집고 다닙니다. 하늘은 점차 검게 어두워집니다. 바람은 때때로 낮게 휘몰아쳐서 흙먼지를 일으킵니다. 이윽고 하늘 저편에서 번쩍 하더니 천둥소리가 요동을 칩니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소리나는 곳을 바라봅니다. 화관을 쓰고 하얀 옷에 긴 소매를 나풀거리며 하늘사람이 나타나 사람들에게 손을 건넵니다. 사람들은 말하지 않고 다만, 가만히 손을 잡고 그들을 따라갑니다. 

 

 

 

 

 

 

 

 

 

 

 

 

 

 

 

 

 

 

 

 

 

 

 

 

 

 

 

 

 

 

 

 

 

 

 

 

 

 

 

 

 

 

 

 

 

 

 

 

 

 

 

 

 

 

 

 

 

 

 

 

 

 

 

 

 

 

 

 

 

 

 

 

 

 

 

 

 

 

 

 

 

 

 

 

 

 

 

 

 

 

 

 

 

 

 

 

 

 

몇 사람이 앞으로 나서서 오늘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모두 함께 어울려서 노래합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노래하거나 때로 자기들끼리 장난을 칩니다. 우리는 하늘에 올리는 말을 듣고 하늘로 올라가는 불빛을 봅니다. 그리고 저마다 마음을 담아서 절을 올립니다. 그들을 인도하는 비나리 소리가 들려옵니다. 장구, 북, 징, 꽹과리가 함께 따라옵니다. 하늘에 따른 술 한잔을 나누어 마십니다.

 

 

 

 

 

 

 

 

 

 

 

 

 

 

 

 

 

모여든 사람들 모두가 절을 올린 뒤 비나리는 잔잔해지고 사물이 신명나게 울립니다. 새하얀 미소를 가득 담은  꽹과리와 장구, 북과 징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합니다. 사람들은 그 소리에 절로 박수를 치고 어깨를 들썩입니다. 사람들은 마치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무사히 잘 해냈다는 듯이 약간은 상기된 모습으로 비닐하우스를 나섭니다. 사람들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나고 몸짓은 가벼워 보입니다.

 

고천제를 끝내고 비닐하우스 밖으로 나왔을 때 여전히 비가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