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고들 말하지만 천일이 길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무량한 우주 안에서야 하나의 순간에 불과하겠지만 아웅다웅하는 우리 안에서는 말입니다. 그 천일동안 사람들은 손을 잡고 마음을 나누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늘 하루를 지내왔습니다. 한겨울 바람이 매섭던 천일 전 그날, 사람들 몇몇이 차가운 마루바닥에 둘러 앉았습니다. 새 터로 이전을 하며 새 하늘, 새 땅을 받아들었지만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습니다. 단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도 밖에 없었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지그시 눈 감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 일은 새 하늘, 새 땅에서 새 터를 열어가는 데에 다른 무엇보다도 소중한 일이었습니다. 기도를 통해 하늘의 뜻을 물으며 걸어온 길이 천일기도였고 함께한 사람들이 하늘친구들이었습니다.
이제 그 천일이 다해 천일을 돌아보고 첫마음을 헤아려봅니다. 처음 마음을 톺아보고 첫머리를 돌아보는 일은 사랑어린잔치 안에서 풍성하게 펼쳐집니다. 그 천일을 돌아보는 일이 바로 사랑어린잔치입니다. 모두가 함께 어울려서 천일의 마음을 나누고 그 안에서 천일기도의 염원을 펼쳐 놓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걸음을 떼는 마음, 새로운 한 걸음을 어디로 뗄 것인지를 묻습니다.
천일은 천개의 날개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천일은 천개의 바람이 되어 하늘로 떠오릅니다. 천일은 저절로 날개짓을 하며 하늘 저편에 가닿을 수 있을까요? 하늘을 휘돌던 바람은 다시 처음 시작된 곳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날개가 되고 바람이 된 천일은 다시 우리 안으로 되돌아와 새로운 모습을 꿈꿉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서 일어납니다. 우리는 천년을 생각하며 한 번에 한 걸음씩 걷겠다는 우리의 마음을 담은 가족약속문과 하늘사람 사랑어린100대 기도문을 우리 손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첫머리를 돌아보는 오늘, 절을 올립니다. 천일의 마음을 우리 안에 새기고 새로운 천일을 물으며 절을 올립니다. 나는 본디 사랑이라는 진리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첫번째 절을 올립니다.
우리는 절을 올리고 천일을 회향하는 우리의 마음을 나눕니다. 우리는 함께 노래하고 함께 웃고 지난 천일을 보며 가슴 짠해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천일기도를 통해 우리에게 찾아온 것이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 모두는 하늘에서 나왔으니 우리 모두는 <하늘사람>으로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사실, 저이가 곧 나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우리는 생명이 생명답게 존중받고 존중하는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생명이 곧 우리의 삶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생명이 생명다운 세상이 되기 위해서 모든 생명이 서로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공생의 진실에 눈을 떴습니다. 우리는 함께 어울려 놀기위해 내가 먼저 어울려주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또한 우리는 이를 위해서 배워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구습에 묻혀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간다면 우리가 알았고 눈 뜬 진리의 길은 요원할 뿐이며 이를 깨뜨리는 일은 배움에 있음을 자각했습니다. 배우는 학생으로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야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生. 共. 스콜레(skole)가 이러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우리는 이모두의 바탕을 삼는 것을 일러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사랑
관옥 이현주
내 이미 너를 사랑하여
네 안에 들어가 있으니
너는 나를 마음대로 하여라
나 또한 나를 사랑한다면
내 안에 들어와 있어라
내가 너를 마음대로 하리라
마음대로 하리라
그리고 우리는 지난 3년을, 오롯하게 천일을 살았던 구랑실과 신난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구랑실은, 사랑어린배움터에 와서 학생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참 좋았다. 배움지기도 학생이라니. 아, 이곳은 사람이 사는 곳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생각한 것은 사람이 사람을 가르칠 수는 없다는 것이었는데, 사랑어린배움터에서 살면서 내 생각의 한 매듭을 지은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가르칠 수는 없지만 함께 어울려 놀 수는 있는 것이라고... ~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학생인 것이며 그의 삶을 관통하는 것은 학생정신이어야 한다,고 3년 주제글에서 말했습니다.
사랑어린배움터의 배움지기로서 수행자, 학생 그리고 유년의 기억을 통해 어머니로 살아가기를 말합니다. 특히 어머니에 대해 기형도의 시 <엄마 걱정>을 연극배우 박정자를 생각나게하는 목소리로 들려주었습니다. 3년 주제글을 빌려서 지금에야 어머니라고 불러본다는 구랑실, 어머니에게 바치는 구랑실의 마음 한 구절...
사랑해요
구랑실
당신 모습 보이지 않아도
발자국 소리 들려요
당신 목소리 들을 수 없어도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기억해요
당신 가슴에 안길 수 없다 해도
따뜻한 체온 느낄 수 있어요
눈물 나도록 그리운 사람
어쩌면 좋아요
사랑해요
9학년 논문 준비를 함께하고 있는 신난다는, 아이들아~ 논문은 이렇게 쓰는 거야! 라고 말했다며 평소처럼 꺼이꺼이 웃지 않고 오늘은 활~짝 웃었습니다.
2010년 평화학교 교사로 왔을 때, 벙어리 귀머거리로 1년을 살아보라는 말에 실제로 그렇게 1년을 살았다는 이야기부터 지난 3년을 풀어냈습니다. 공부모임 노자이야기를 통해서 나의 눈길을 나에게로 향하게 하는 연습을 하고 스승을 통해 나의 참모습은 <학생>이라는 명확한 사실에 눈뜨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교사들의 사직과 사랑어린학교의 배움지기로 살아가겠다는 지원서를 쓴 이야기, 간디를 통해 자기 내면을 쉼 없이 성찰하고 착각에서 깨어나라는 가르침과 이를 실천하는 것으로써 기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신난다는, 저와 배움지기들에게 노자와 간디를 통해 선생님을 만나뵙는 공부시간은 참으로 중요했으며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는 끊임없이 '나'를 만나는 시간이 존재했습니다. 모든 모임에서 '내 이야기'를 통해서 눈길을 '나'에게로 향하게 하고 모든 것이 '내 안에 존재함'을 느끼고 배우는 것이 우리의 수행과정이었습니다. 이러한 시간들이 스스로에게 '나는 학생이며 수행자'라고 거침없이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들었나 봅니다. 이것이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기 위한 '성찰'과 '각성'의 과정이었음을 3년이 지난 이제야 깨닫기 시작합니다,라고 주제글을 통해서 말했습니다.
또한 사랑어린배움터의 3년, 천일동안 무엇이 가장 많이 달라졌을까 질문한다면 저는 단언코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이 '나'라고, 사랑어린배움터의 천일은 그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한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스승님의 말씀을 함께 노래하며 마무리했습니다.
미천한 이 몸 거두어
제자로 삼으신
스승님 은혜 고마워
눈물만 흐르네
나 비록 아둔하여도
스승님 모시고
가르침 받는 행복은
알고도 남겠네
한 번에 한 걸음씩
걸어서 별까지
마지막 문을 나설 때
환하게 웃으리
우리는 지나간 천일을 반갑게 만나 함께 진한 포옹을 나눕니다. 그리고 사람이 있는 노래를 듣습니다. 또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살아간다는 아이들의 명쾌한 진리의 말을 봅니다. 그 사람들은 기쁨과 슬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그 사람들은 하늘사람이라고 말하며 살짝 웃음 짓는 아이의 오밀조밀하고 해맑은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며 서있습니다.
천일의 밤은 깊어져서 천일에 하루를 더한 날을 향해 살며시 다가갑니다. 가을밤은 소리없이 아늑해지고 사람들은 두런두런 새로운 천일을 기다립니다. 오늘 하루가 쌓이고 이어져서 천일이 되었고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서 천일기도가 되었습니다. 천일기도 후에 오는 것들... 생명, 어울림, 배움이 우리에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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