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밤이 지나가고 새 날이 되었습니다. 어제와 같은 날이고 천일 전 그날과 같은 날이지만 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오르듯 어제의 내일인 오늘은 다른 해가 떴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천일의 밤이 지나가는 아쉬움으로 새벽을 맞이하고도 길을 나섭니다. 우리 아이들이 걷는 길을 우리 아이들이 걷는 모양으로 따라서 걷기로 합니다. 침묵으로 걸으며 새로운 천일을 맞이합니다.
벼가 익어가는 논길을 따라서 바다로 향합니다.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뿌연 안개로 산과 바다을 가늠하기 어렵고 바다와 하늘을 구분지을 수 없습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안개를 품어안고 산을 넘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 하늘로 향합니다.
사람들은 둘러앉거나 나란히 앉거나 마주보고 서서 쉽니다. 사람들은 서로를 통해 바다를 보거나, 바다 너머 산마루를 보거나, 바람을 마주합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천일을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어제와 다른 천일, 어제와 같은 천일 어떤 천일일지 알 수 없는 떨림으로 새로운 날을 시작했을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이미 천일을 걷는 중입니다.
바다를 곁에 두고 앞사람이 가는 길을 가만히 따라 갑니다. 잔잔한 바다는 살짝 물결을 일으키고 바람은 살랑 불어오고 햇볕은 따스하게 비춥니다. 사람들은 먼 길을 갈 것처럼 별다른 말이 없고 그저 묵묵히 앞사람의 발자국을 쫓아 갑니다. 길가에 핀 꽃은 밤새 머금은 이슬을 새로운 천일을 걷는 아침에 고요히 하늘로 올려 보냅니다.
아이들은 사진을 찍을 때 해맑게 웃고 사진기를 내리자마자 친구를 부르며 뛰어 갑니다. 쉬는 시간이 다되어가자 상아가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다같이 함께 도로를 건넙니다. 이제 마을길을 따라서 마을을 지나갑니다. 따스하던 햇볕은 점차 따가와지고 바람은 마을길에 더디게 들어서고 바다는 저만치 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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