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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몇 장

아이슬란드 사람들만 예술을 하나, 우리도 예술을 한다!

 

 

 

 

예전 중학교 다닐 때 연습장에 깜지를 만들면서 영어 단어를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연습장에다가 볼펜으로 까맣게 먹지가 될 정도로 단어를 쓰면서 외우는 방법인데 숙제로 몇장을 내주곤 했습니다. 그때 죽도록 볼펜으로 갈겨써도 헷갈렸던 영어 단어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아일랜드, 아이슬랜드였었습니다. 뭐 이거 말고도 영어 단어는 항상 무지하게 헷갈리고 외우느라 힘들었습니다만, 특히 그랬습니다.

 

아일랜드 Island 섬, 아이슬랜드 Iceland 아이슬란드공화국... 둘 다 같은 발음으로 아이슬랜드, 아이슬랜드 했는데 섬은 s를 발음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것도 헷갈린데 단어가 추가돼서 Ireland, 영국 옆 아일랜드 섬과 헷갈렸더랬습니다. 아일랜드 섬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로 나뉩니다. 아일랜드와 비슷한 단어가 여럿이고 발음도 정확히 구별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 중에서 아이슬랜드는 영어권이 아니어서 아이슬란드라고 쓴다고 합니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고 온 사람이 쓴 여행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그린란드와 노르웨이 사이 북대서양에 있는 섬나라입니다. 노르웨이와 덴마크령을 거쳐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독립국가를 수립했습니다. 아이슬란드에는 '신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에 연습한 곳이 아이슬란드'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화산과 빙하, 얼음이 공존하고 있답니다. 태초의 지구 모습이 이랬을까 싶기도 하고 지구 최후의 모습이 이곳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라고 여행자뿐 아니라 그곳 사람들이 말한다고 합니다. 북극에 인접한 만큼 자연환경이 특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영화가 그곳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되었다고 하니 그럴만 하겠구나 합니다.

 

그런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살아온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어떨까요? 아이슬란드에는 사람들이 32만 명 정도가 살고 있답니다. 한반도면적의 절반 정도에 순천 사람들 보다 조금 더 많이 삽니다. 거칠고 광활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왔던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전설과 신화를 믿고 지금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게 직업을 물었을 때의 반응이 재밌다고 합니다. 제각기 소방관, 간호사, 경찰 등이라고 답한 후에 한결같이 “그리고 음악을 해요”라고 답한다고 합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모두가 뮤지션이라더니, 여행 중에 만난 이들도 자신을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로 소개하곤 합니다. 박물관에서 표를 파는 청년은 록음악을 한다고 했고, 동네 사진관에서 일하는 처녀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같이 판다고 합니다. <나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대자연의 마법... 신이 빚은 땅 아이슬란드 경향신문>

 

하루를 열심히 일하고 일이 끝나면 음악가, 시인, 화가로 변신하는 사람들! 생각하면 참으로 멋진 삶입니다. 우리도 그럴 수 있을까요? 자신이 취미로 음악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끄적인다고 하더라도 나는 음악을 해요, 나는 그림을 그려요, 나는 시를 써요! 라고 자신있게 말하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늘 그러한 것들은 뭔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특별한 행위로 받아들이고 있으니까요! 예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삶 속에, 생활에서 이야기 되어지고, 보여지고, 겪은 일들을 여러 방법으로 표현해보고 그것을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하셨던 연극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아마도 그렇게 예술을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 물론 지금의 아이슬란드 사람들을 만든 여러가지 요인이 우리의 그것과는 달랐겠지만 그들의 삶이 예술과 크게 동떨어진 것만은 아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 사랑어린배움터에서 펼쳐지고 있는 예술의 삶도 아이슬란드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 월요일엔 사풍으로 모여 풍물을 배우고, 화요일에 사랑어린합창단으로 음악을 하고, 수요일에는 얼마전에 끝났지만 시문학으로 시를 쓰고, 목요일에는 부모배움에서 이른바, 내 삶을 통한 인문학공부를 하고, 금요일에는 연극수업을 통해 자신을 무대 위에서 표현해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폴케호이스콜레를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가 아니, 제가 아이슬란드 사람들처럼 나는 음악을 해요, 연극을 해요,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 것뿐이었습니다.

 

얼마전에 시즌1이 끝난 시문학수업을 통해서도 느낀 게 이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시, 시인을 너무 어렵고 멀리있는 예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구달 박두규선생님께 수업을 받으면서 가까워졌다고 해야할까요? 시도 결국은 자신의 삶,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려는 노력이며, '나'이기 때문에 느낀 것, '나'이기 때문에 욕망한 것, '나'이기 때문에 생각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 시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을 잘 들여다보려는 노력이라고 이해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막걸리 마시고,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보며 끄적거렸던 메모라고 여겼던 몇 줄의 오그라드는 말 속에 그 순간 오롯하게 자신이 들어가 있었던 시였던 것입니다.

 

함께 시문학수업을 들었던 사람들이 8번의 강의가 끝나는 게 아쉬워 시문학모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구달선생님을 모시고 가칭, 구달문학회라고 이름을 짓고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삶의 조각들을 '시'라는 형식으로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문학회라고 하니 거창할 것 같지만 우리 배움터의 여타 배움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시, 문학이라는 형식을 빌리는 것뿐이지요! 첫사랑 연애편지의 한쪽을 어느 시인의 시로 채웠다면, 연습장에 뭐라뭐라 내 사랑의 편린을 끄적거렸던 기억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시인입니다. 시문학을 수업을 듣지 않았어도 상관없습니다. 당신은 이미 시인이니까요~^^ 다음달, 12월 5일 금요일에 전체부모배움이 있습니다. 그 시간이 끝나고 도서관 한쪽에서 잠깐 만나기로 하면 어떨까요? 그럼 그렇게 할께요. 다음달 전체부모배움이 끝나고 아주 잠깐 모여서 얼굴 보기로 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시인이고, 어떤 사람은 음악가이고, 어떤 사람은 연극배우이고, 어떤 사람은 사물놀이꾼이고 또 어떤 사람은 무슨 예술가이고 제각각 예술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곳이네요~! 이런 곳이라면 그곳을 움직이는 말이 무슨무슨주의니, 무슨무슨정신이니, 무슨무슨이즘이니 뭐니 하는 게 아무런 의미도 없어질 거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아무튼 우리 자신있게 "나, 예술하는 사람이야!" 라고 말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