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새벽이 오기 전에 와온 바닷가의 가로등은 마지막 푸른빛을 쏟고 있었습니다. 가로등빛은 남쪽 바다 한가운데로 나갔다가 밀려오는 바닷물과 함께 뭍으로 돌아왔습니다. 누군가는 잠들지 않았던 지난 밤을 기억해내느라 잠깐 눈꺼풀을 붙였다가 돌아온 불빛과 함께 눈을 부비며 기지개를 켰습니다. 와온바다가 가득 차오를 때 푸른빛은 스스럼없이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가로등 푸른빛이 사라진 걸 알지 못했고 다만 와온바다가 가득 찼구나, 하며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서울로 먼 길을 떠나기 전에, 연극반은 무더운 여름밤을 도서관에서 보냈습니다.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 몇 달에 대한 걱정과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등줄기에서 땀이 주르륵 흘렀고 목에서는 새된 소리가 나왔습니다. 우리는 연습으로 며칠을 보내고나서 와온바다의 까만 밤과 푸른 새벽을 함께 맞았습니다. 선생님은 서울로 떠났습니다.
우리는 연극반에서 무얼 했을까? 아이들이 매듭을 짓고 떠날 때, 말하자면 상연을 했으니 연극을 배우고 또 연습을 했겠지, 아마도 그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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