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 몇 장

[사랑어린배움터 10주년] 내추럴하게, 으샤으샤!

 

 

 

 

"어쩌면 지금쯤 마을잔치 하느라 정신 없을 때인데..."

"그러게, 선생님 말씀 듣고 이렇게 보내는 게 더 좋은 거 같네. 번잡스럽지도 않고..."

와온바다에서 돌아오는 길에 혜미올, 용사마랑 이런 얘길 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정말이지 한참 분주했었지요. 우리는 가장 나중에 배움터로 돌아왔습니다. 6시 무렵인데 벌써 어두워졌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시간은 제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어떤 소설가가 밤하늘에 뜬 별을 보고 천개의 눈을 가진 짐승이라고 했다지요. 그 짐승이 반짝이고 초롱한 천개의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평화학교에서 사랑어린학교까지 10년주년 잔치는, 지난 10년 그리고 지금 사랑어린 모습으로 살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로 내추럴하게 으샤으샤 힘을 내서 하나씩 풀어갑니다. 언제나 흥겹고 재밌는 통통의 장구가락과 소리 한자락으로 밑자리를 깔고! "나답게 너답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 다함께 걸으며 기도하며 사랑해/ 진리 찾아 가는 이 사랑어린사람들/ 함께 놀며 크는 집 사랑어린배움터/ 항꾸네 어울려 놀며 크는 집"

 

 

 

 

 

 

 

 

 

 

 

 

 

 

 

 

 

 

 

 

 

 

 

저는 이것밖에 생각이 안 납니다. 만취해서 애타게 목 놓아 불렀다던, "임미경, 임미경~" 그런데 2년 전에 원주 한알학교에 갔던 일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모두 막국수를 맛있게 먹고나서 산티아고를 가는 아이들과 헤어졌습니다. 아이들은 가족에게 둘러싸여 졸업식에 찍었을 법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때 현수엄마, 작은병께서 현수를 두고 제게 말씀하셨지요. "우리 아들 진짜 듬직하고 대견스러워요! 안 그래요?" 그리고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번에는 현수가 그런 마음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서 말씀하는 동안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바라봅니다. "우리 엄마, 아빠 멋지다!"

 

 

 

 

 

 

 

 

 

 

 

 

 

 

 

 

 

 

 

 

 

 

 

 

웃다가 울면 그런다고 했나요, 울다가 웃으면 그런다고 했나요? 뭐가 어찌 된다고 하던데 순서를 잘 모르겠네요...^^

우리를 웃기고 울린 10주년 이야기 마당이었습니다.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고 때로는 보듬어 주기도 했겠지요. 모든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오늘 이 자리까지 왔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앞으로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웃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환하게 웃는 모습에 같이 웃고, 감정에 겨워 터지는 울음보에 눈물 한 방울 똑, 눈물 두 방울 또르르 흐릅니다.

 

 

 

 

 

 

 

 

 

 

 

평화학교에서 사랑어린학교까지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자리가 그 시간을 충분히 살았던 그리고 지금도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10년 안에서 제각각의 색깔로 저마다의 모습으로 살았습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부모들의 모습을 따라서 크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모습을 배우며 살아온 시간이었습니다. 학교의 10년에 대한 평가, 의미와 같은 큰 이야기 속에서 묻혀버릴 나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껏 살아온 나의 소소한 이야기 하나 하나가 오늘 우리 모습이고 앞으로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온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바로 나의 이야기로 공감하며 함께 웃고 함께 울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자리한 제니스도 반갑고 한국 떠나기 전에 다시 찾아주신 강성미 선생님 가족도 반가웠습니다. 학교 10년 자료집과 우리 마음을 한 데로 묶은 책을 만드느라 으샤으샤팀도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우리, 우리의 일을 끝내고 맑은 오카리나 연주를 들으며 마음을 모으기로 해요. "아 하늘의 콘도르여, 우리를 저 산 너머 고향으로 데려가 주오!"

 

 

 

 

 

 

 

 

 

 

 

 

 

 

 

 

 

 

 

 

 

 

 

 

 

 

 

콘도르의 하늘, 잉카의 땅을 무차별 짓밟았던 사람들의 나라 스페인-바람빛의 콘도르 오카리나 연주를 듣고 스페인으로 이어지니 쓰잘 데 없는 생각이 불끈...^^ -싼티아고순례길을 다녀왔던 아이들의 생각을 담았던 여행기가 예쁜 책으로 나왔습니다. 바로 엊그제 순례길에서 돌아온 아이들과 부모들이 얼싸 안고 반가워했던 것 같은데 꽤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중등 친구들은 자신의 발걸음을 들여다보며 그날을 기억하고 싼티아고 어느 곳으로 다시 가겠지요.  부모들은 그날을 되뇌이며 상사 평화학교 어느 구석, 순천 어느 막걸리집으로 갔을까요? 아마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이 전해주는 말을 듣자하니 그날 밤 술이 없어서 더 못 마셨고, 급기야 이아무개반란에 정아무개반란까지 그리고 그걸 제압하던 보수우익경찰의 절규와 쓰러짐까지 일대 대하드라마급 풍문이 들려오는 걸로 봐서... 뒷풀이에 참석해서 현장을 지켜야 하는데 막걸리 두 잔에 도서관 바닥에서 잠이 든 바람에...^^

 

 

 

 

 

 

 

 

 

 

 

 

 

밤이 깊어가자 우리는 스승님께, 또 우리 모두에게 서로 삼배를 하고 자리를 파했습니다. 어른들은 오늘밤이 아쉬워 도서관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무리짓고 아이들은 여전히 잔칫날이어서 신나게 뜁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천개의 눈이 일제히 반짝거립니다. 우리들 마음을 담은 소원지를 매달았습니다. 소원지를 품은 새끼줄은 바람이 지나가지 않아도 흔들리고 햇빛을 받지 않아도 반짝거립니다. 우리의 작은 염원 하나씩이 거기에 가서 앉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