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열매 친구들 류시형, 조구빈, 이준서, 조금강, 지인, 정다훈, 지인 7명은 초등 6년을 마무리하는 중입니다. ‘벌써’라는 말을 하기 전에, 벌써 중등을 준비하고 초등생활을 마무리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커버린 몸만큼이나 마음자리도 커진 것을 봅니다. 부모들도 함께합니다. 지나온 6년을 돌아보고, 지금 각자의 모습을 살펴봅니다. 그 힘으로 아이들과 부모들은 자신의 길을 찾아서 떠날 수 있겠지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중등원서쓰기를 통해서, 부모들은 또 그들대로 자신이 있는 곳에서, 새식구모심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들여다보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걸맞는 마무리를 통해서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잘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우리 아이들이 제각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때가 다가옵니다. 중등을 시작으로 더 멀리, 더 넓은 곳으로 떠날 것입니다. 떠나는 아이들이 온전하게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우리 부모들이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부모들이 먼저 한 매듭을 지어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마무리를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다른 무엇보다도 부모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 아이들의 그것일 테니까요!
아이들이 중등으로 떠나기 전에 지금 마무리를 잘하면 떠나는 데에 큰 힘이 되겠지요? 그래서 아빠들과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 순례길에 나서기로 합니다. 제주도 자전거길을 자기 힘으로 달리면서 그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아름다운 풍광을 느껴봅니다. 낯선 길에서 자신의 힘만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아 두 바퀴를 굴려서 길을 찾아갑니다. 엄마들은 그들을 위해 빛을 보내줍니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하는 자전거순례를 통해서 자신을,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는 시간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애초에 금강아빠가 금강이랑 단둘이 자전거여행을 간다는 말을 듣고 모두 함께하면 좋을 거 같다고 해서 이렇게 모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아빠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마무리다운 자전거순례가 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여럿이서 자전거를 타는 일은 처음이니 얼마간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무엇보다도 다치지 않아야겠고,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는 정도가 많이 다르니 빠른 친구와 늦는 친구가 서로를 배려하고 기다려주면 좋겠고, 연습하는 동안 아이들이 스스로 자전거 타는 동안 지켜야할 규칙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또한 하루에 갈 수 있는 목표거리를 정하지 않기로 하고 따로 숙소를 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길을 가다 아름답고 즐거운 곳이 있다면 마음껏 놀다가 다시 길을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여행도 배움터생활의 연장이기에 아빠들도 배움터생활을 그대로 아이들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매주 일요일 오후에 모여서 연습을 했습니다. 8월 31일 처음 연습이 시작되었습니다. 자전거가 있는 친구들은 자전거를 가져오고 없는 친구들은 순천시에서 운영하는 온누리자전거를 빌렸습니다. 빙 둘러서서 몸을 풀고 자전거 타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엄마들이 함께했습니다. 잘 가는 친구, 더디게 가는 친구를 고려해 순서를 정하고 순례대장을 뽑았습니다. 아빠들이 중간에 끼거나 뒤에 섰습니다.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기 위해 금강아빠가 코스를 파악하고 전체를 조율하기로 했습니다. 순례대장이 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뒤에 오는 친구에게 말하면 차례대로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 연습이 끝나면 몸풀기 체조를 하고 세바퀴를 하며 연습과정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마음대로 순서를 벗어나서 잘 하는 사람끼리 가지 말자. 뒤에서 빨리 가지 못한다고 투덜대지 않기. 앞에 자전거나 사람이 오면 큰소리로 말하기" 등 아이들은 연습을 해가면서 스스로 규칙을 정했습니다.
처음 연습을 하던 날 시형이와 구빈이는 긴장하고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훈이, 은혁이, 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전거를 탈 줄은 알지만 먼 거리, 여럿이 함께, 다양한 길에서 타는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내리막에 겁이 났고 앞에서 무언가가 나타나면 휘청거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르막, 내리막, 도로횡단 같은 힘들고 위험한 길에서는 다같이 내려서 끌고 가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마지막까지도 잘 지켰습니다.
첫 연습날, 금강이가 순례대장입니다. 처음 모였던 날 금강이와 인이는 바람처럼 나타났습니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 같았습니다. 어찌나 잘 타던지 아빠들이 따라가기 힘들겠다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너무 자신만만했던지 아니면 무사히 연습을 마쳐서 안도해서 일까요? 첫 연습을 마치고 처음 모였던 곳을 바로 앞에 두고 미끄러져 넘어졌습니다. 순서를 정해서 막 출발하는 길에서 그만 금강이가 넘어졌습니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진 것입니다.
두번째 연습에서는 인이가 순례대장이었습니다. 정원박람회장 입구에서 모여서 출발했습니다. 인이도 금강이 못지 않은 자전거 실력이지만 순례대장을 하니 부담이 됐을까요? 동천을 한 바퀴 돌기 위해 박람회장에서 출발하고 곧바로 내리막을 내려갈 때 인이가 미끄러져 넘어졌습니다. 두번째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졌답니다. 하지만 금방 순례대장으로 복귀했습니다. 연습이 끝나고 소회를 나눌 때, "순례대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거 같아요!" 하며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다훈이는 마지막 연습날인 9월 28일에 순례대장이었습니다. 연습 초반에는 순례대장 안 한다고 하더니 마지막날에는 흔쾌히 하겠다면서 앞장서서 갔습니다. 중간에 쉴 때 친구들 중 누군가가 "순례대장 하니까 어때?" 하고 물으니, "음...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재밌어!" 하고 씨익 웃었습니다. 뒤뚱거리던 다훈이 자전거도 똑바로 안정적으로 굴러갔고 앞선 상황을 전달해주는 일도 어렵지 않게 했습니다.
첫번째 연습은 동천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두번째, 세번째 날은 동천을 한 바퀴 돌고 순천만 입구까지 다녀왔습니다. 오르막길에서는 모두 내려서 자전거를 밀고 올랐고 내리막길이 나오면 역시 내려서 조심조심 브레이크를 잡고 내려 갔습니다. 순천만에서 도로를 건널 때는 금강아빠가 교통정리를 하고 모두 함께 자전거를 끌고 건넜습니다. 열매친구들은 서로가 간격을 유지하면서 앞선 친구의 자전거를 따랐습니다.
걱정이 많았던 구빈이, 시형이는 여럿이서 세번 연습을 하는 동안 부지런히 페달을 밟느라 언제 그랬냐는 듯 달렸습니다. 끝나고나면 다리 아프다고 칭얼대기는 했지만요. 뒤뚱뒤뚱 불안하던 다훈이 자전거도 반듯하게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세번째 연습에서 형이랑 함께 달리고 싶었던 용훈이가 합류했습니다. 작고 귀여운 용훈이를 닮은 자전거를 정말 열심히 굴렸습니다. 얼굴이 벌개지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끝까지 형, 누나들과 함께했습니다. 처음 순천만을 다녀오고나서는 다음번엔 오지 않겠다더니 마지막날까지 아빠랑 다정하게 뒤를 따랐습니다. 중간에 앞서가게 될 때면 "먼저 가겠습니다~"를 외치고는 큰 바퀴 자전거보다 두 배는 많이 페달을 밟았습니다.
순천시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는 여러번 문제가 생기기는 했지만 혜미올이 손재주를 발휘했습니다. 브레이크 간격을 조정하고 안장 높낮이를 손봤습니다. 기어변속이 되지 않는 자전거 때문에 3시간 내내 힘들었다고 아빠들 중에 누군가 투덜댔습니다. 아빠들은 엉덩이가 아프지만 아이들 뒤쫓아가느라 쉬는 시간만 기다렸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면 물병을 찾느라 바빴습니다.
동천을 따라서 순천만으로 들어갔습니다. 너른 갈대밭을 옆에 두고 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페달을 밟을 때 제주도는 제주도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초가을 맑은 하늘에 뜬 뭉게구름과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 한자락이 다리에 저절로 힘을 생기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은혁아빠가 하늘을 올려다보자고 했을 때 가을바람은 코끝을 만지더니 저멀리 달아났습니다. 순천만에 도착해서 쉴 때 인이엄마가 나타나서 아이스크림을 쐈습니다. 땀 흘리고 힘들 때 한 입에 들어가는 달콤한 아이스크림 맛이란!
네번째 연습을 하던 날 준서가 아빠랑 함께 왔습니다. 그동안에는 동네에서 개인연습하고 아빠랑 보내는 시간 때문에 불참했었습니다. 준서아빠는 준서 자전거 타기에 대한 걱정이 많았습니다. 개인연습을 충분히 하고 합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여럿이 함께 몰려 다니는 것도 불안하게 여기셨다고 했습니다.
안전장구를 충분히 갖춘 준서가 자전거를 타고 앞서고 준서아빠는 뒤에서 달렸습니다. 뒤뚱거리는 준서 자전거를 잡아주며 이백 미터쯤 달려서 갔습니다. 아이가 예닐곱살 쯤에 처음으로 자전거를 탈 때 걱정과 불안으로 자전거 뒤를 잡아주던 아빠의 마음이 지금 준서아빠 마음 같았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게해서 와온수퍼까지 갈 수는 없을 겁니다. 여기서 거기가 어디라고 달려서 간다니요!" 운동 삼아 달리겠다는 준서아빠는 아빠들의 걱정스러운 눈길에 자전거를 빌려서 탔습니다. 그리고 준서 뒤를 따랐습니다.
우리는 다훈아빠를 따라서 체조로 준비운동을 했습니다. 금강아빠가 우리가 가야할 길에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오늘은 와온까지 가기로 합니다. 해창수퍼를 조금 지난 지점에서 차가 다니는 도로를 따라서 와온까지 갑니다. 차가 다니는 길은 좁아서 자전거를 타기가 어렵습니다. 금강엄마와 다훈엄마가 승용차로 뒤따르기로 합니다. 차창 밖으로 빨간 신호봉을 흔들며 줄곧 따라왔습니다.
그리고 금강아빠가 조심해야 할 일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습니다. 다리를 건널 때 자동차와 엉기지 않게 통제를 하고 함께 건너기, 차가 다니는 도로를 갈 때 아빠들이 자동차 살펴주기, 앞 뒤 상황을 잘 전달해주기, 서로 간격을 잘 유지하기, 힘든 친구가 있으면 기다려주기 등등을 함께 나눴습니다.
우리는 동천을 따라서 해룡뜰을 가로질렀습니다. 다리를 건너 해룡천을 옆에 끼고 달렸습니다. 구불구불한 길은 논 사이로 계속 이어졌습니다. 벼는 익어가고 있었고 갈대가 바람에 흔들렸습니다. 목포 가는 고속도로 아래를 지날 때 제주도 어느곳 못지 않은 모습에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그동안 자동차로 학교를 오고갈 때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 우리를 맞이해주었습니다. 자전거를 탄 풍경은 제주바다를 배경으로 하지 않아도, 제주의 이국적 마을길을 따라가지 않아도 너무 멋지고 아름다웠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길이 있었습니다.
그동안에도 준서는 아빠의 걱정을 뒤로 하고 별다른 말도 없이 그저 묵묵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출발하고 멈출 때마다 넘어졌지만 특별히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차츰 넘어지는 것도 잘 넘어졌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준서에게 기술 전수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열매친구들은 멈춰서 기다리거나 느리게 전진했습니다. 되돌아 올 때 준서자전거는 훨씬 안정적이었습니다.
용훈이는 열심히 뒤따르다가 가끔, "잠깐만~"하고는 멈춰서서 헬멧을 벗고 머리를 긁적거렸습니다. 땀이 나니 헬멧을 쓴 머리가 가려운 모양입니다. 뭐하려고 그러나 하며 보다가 다훈아빠랑 함께 웃었습니다. 우리 열매친구들은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친구가 뒤쳐질 때, 넘어질 때, 위험한 길을 만났을 때 함께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함께 출발했습니다. 쉴 때면 물병을 나눠서 마셨습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와온까지 갔습니다.
우리는 와온바다에 도착했습니다. 바다를 보며 땀을 식혔고 와온수퍼에서 수퍼이모가 끓여준 쭈꾸미를 넣은 라면을 먹었습니다. 연습 중에서 가장 멀리 나왔고 자동차가 다니는 길을 달려온 탓에 걱정과 긴장을 했습니다. 흘린 땀을 닦으며 먹는 와온수퍼표 라면은 꿀맛이었습니다. 차로 뒤따르던 엄마들이 계속 신호봉을 흔드느라 팔이 아프다면서도 라면그릇을 날랐습니다.
아이들은 지칠만도 한데 라면을 먹자마자 와온수퍼 앞 선착장에서 자전거를 타며 빙빙 돌았습니다. 아빠들은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며 마지막 연습 전에 모여서 일정을 확정하고 준비물을 정하기로 했습니다. 준서아빠는 준서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타고, 여러명이 다니는 게 위험하게 여겼는데 아이들이 서로 살펴주는 걸 보니 좋은 거 같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돌아가는 길은 용화사 앞을 지나 상내를 거쳐 학교에 들렀다 가기로 합니다. 지훈이가 학교까지 동행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그동안 달리지 못했던 선수들이 신나게 달렸습니다. 모두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도서관에서 합창연습을 하는지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해가 짧아져서 날이 어둑어둑해졌습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출발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면 위험해지니까요.
흰 썬글라스와 빨간 자전거를 타는 멋쟁이 은혁이는 일렉기타를 사기 위해 모아두었던 용돈을 깨서 빨간 자전거를 장만했습니다. 어릴 적 처음 자전거를 사러 할머니 손을 잡고 먼 길을 걸어가던 날이 떠오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고 할머니는 조심해라를 외치며 뒤에 따라 오셨습니다. 은혁이는 연습이 끝나고 인이 혼자 자전거를 타고 집엘 가는 걸 보고서 아빠에게 함께 저녁 먹으러 가자고 했습니다. 인이가 그냥 괜찮다며 집으로 갔습니다. 마지막 연습을 끝내는 날에 저랑 셋이서 자전거를 타고 인이네 집으로 갔습니다. 인이가 안전한 길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다섯번째 마지막 연습을 앞둔 날 금강이네에 큰 어려움이 닥쳤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우리는 금강이네를 위해 마음을 모으는 중입니다. 우리는 금강아빠와 금강이 없이 순천만까지 다녀왔습니다. 금강아빠는 연습 때마다 대열의 앞 뒤로 다니면서 길안내를 하고 안전을 점검했습니다. 금강이는 순례대장이 아닐 때면 대열의 맨 마지막에 서거나 잘 못 타는 친구들 뒤를 따랐습니다. 인이가 금강아빠 역할을 대신 했습니다. 인이는 맨 끝에서 천천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금강아빠와 금강이가 없는 마지막 연습을 끝낸 후 모든 가족이 저녁식사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금강이네 상황을 전해듣고 며칠 남지 않은 제주도행을 어떻게 해야할지, 금강이네를 위해 무얼 할 수 있을지 서로 지혜를 모으기로 했습니다. 모두가 황망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쉽게 말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부모들이 돌아가며 생각을 나눴습니다. 우리가 왜 제주도를 가려고 했는지 처음을 돌아봤을 때 열매아이들과 부모들이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마무리를 잘 해서 중등생활에 에너지를 갖고 가보자는 것이 취지였다. 제주도를 가는 것은 이런 취지를 위한 수단인 것이지 목적은 아니지 않았나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이러한 상황을 목적에 맞게 풀어나갔으면 한다.
이렇게 모여서 몰려다니는 게 뭐가 좋을까 했는데 연습하는 동안 서로 부딪혀서 친해지는 게 좋았다. 그동안 몇차례 연습하는 것도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아빠들과 아이들이 연습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제주도를 다녀온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가족 중 누군가가 어려움을 당했으니 잘 추스리고 극복할 수 있도록 모두가 마음을 모아주었으면 한다. 제주도에 가는 것에 대해서 아이들과도 얘길 나눠보고 이번만이 아닌 다른 기회를 만들어도 되지 않나 한다.
부모들은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정리가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 열매반은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가정에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여겼는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학교에서 자기들이 품고 있는 문제를 드러내기 마련이니까요. 부모들이 둘러 앉았을 때 아이들도 함께 참여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과정이 부모들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한 뒤 설득하는 걸로 받아들여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실망이 컸던 모양입니다. 자전거 연습 첫날의 긴장과 걱정이 연습을 더해갈수록 자신감으로 바뀌고 자신감은 제주도에 대한 기대를 키우게 된 것 같습니다. 도저히 수업을 할 수 없었던 민들레는 아이들을 데리고 해룡면에 나가서 짜장면을 먹고 바람을 쐬고 왔다고 합니다.
부모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이들 얘길 들어봐야겠지만 비슷할 것이다 하고 동일 시 하거나, 집에서 아이들과 얘길 나눠보자 하며 쉽게 생각한 게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일부님 말씀처럼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에서 문제를 바라보거나 해결하려는 자세는 좀 달라지는 게 우리 모습인 것 같기도 합니다. 집에서 아이들은 다만 설득하고 훈계의 대상이었지 않나 되돌아보게 됩니다. 열매 친구들 역시 이번 자전거순례에 있어서 주체였는데도 함께 마주 앉아 고민을 나누고 지혜를 모으지 못했습니다. 그랬더라면 아이들도 지금 상황을 공감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제주도를 가지 못해 힘들어하는 열매 친구들 문제로 고민하던 민들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5, 6학년 말과 글 수업시간에 엄마와 아빠 한 분씩 들어가서 제주도 자전거순례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제주도 자전거순례를 자연스럽게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브라보와 함께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보리밥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열매 친구들과 아빠들이 제주도 자전거순례를 가려고 했던 이유, 연습과정에서 열매 친구들의 모습 그리고 며칠 앞두고 제주도에 못 가게 된 이유 등을 나눴습니다. 열매 친구들은 자전거 연습과정에서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 들었던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부모들과 열매 친구들 이야기를 듣고 5학년 잎새 친구들이 드는 생각을 말했습니다.
다훈이는, 다섯번 연습을 하면서 처음엔 긴장하고 걱정하면서 탔는데 익숙해져서 순례대장을 하기도 했다. 순례대장이 어렵기도 재밌기도 했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큰 일 날뻔 했다. 아빠들과 친구들이 잘 타게 도와줘서 좋았다. 금강이가 자전거 타는 거에 대해 여러가지 설명을 해줬다. 아빠들이 우리보다 힘들어 하는 거 같았다, 고 말했습니다.
준서는, 처음에 아빠도 걱정을 많이 했고 나도 걱정을 많이 했지만 두번째 연습을 할 때는 좋았다. 인이와 금강이가 평소에는 어둡다고 해야 하나 그랬었는데 자전거 연습 할 때 보니 밝고 씩씩해 보였다, 고 말했습니다.
시형이는, 두 발 자전거를 안 탄지 오래돼서 첫 날은 엄청 긴장했다. 어릴 때 내리막길에서 부딪힌 기억이 있어서 내리막길이 무서웠다. 인이가 자전거 타는 거에 대해서 설명을 해줘서 인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 두번째날부터는 풍경을 보는 여유가 생겼다. 세번째날에는 한 손을 놔볼까 하고 생각하면서 손을 놔보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는 여유도 생겼다. 인이가 개구쟁이였는데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고 말했습니다.
은혁이는, 처음에 자전거를 잘 못 타서 걱정이 됐지만 연습을 하면서 자전거를 잘 타게 되고 자신감이 생겼다. 친구들에게 자전거 타면서 잘난 척하지 말자고 했다. 사고나니까! 라고 말했습니다.
구빈이는, 처음에 엄청 긴장하고 걱정했다. 남자 아이들이 학교에서와 달라서 좋았다. 시형이가 자전거를 잘 탔다, 고 말했습니다.
금강이는, 자전거를 타면서 제주도를 가면 4박 5일이 걸리는데 오래 걸리더라도 친구들이 안 다치고 돌아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잘 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나도 나이 먹으면 아빠들처럼 힘들겠죠? 우리가 하기 어려운 일들을 아빠들이 잘 지도해줘서 고마워요, 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잎새 친구들이 드는 생각을 말했습니다. 하림이는 힘들었을 거 같다,고 말했고 한결이는 재미있었을 거 같고 힘들 거 같기도 하다. 제주도에 가면 힘들기도 하겠지만 좋았을 거 같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선호는 연습 하면서 재미있었을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를 가지 않기로 결정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리밥은 이 일은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생긴 건 아닐 거예요. 그동안 아빠들과 잘 즐겼지만 속상한 마음이 들 거 같긴 해요. 우리는 사랑어린 사람들이니 서로가 잘 보듬어 주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열매 친구들이 그걸 듣고 각자 들었던 생각을 말했습니다. 먼저 금강이는 계획과 달라졌지만 계획대로 안 될 수도 있잖아요. 다음에 같이 놀러간다고 해도 계획대로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습니다.
구빈이는 이번에 제주도에 안 가니 다음에 다른 데를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인이는 다음이라고 하지만 언제할지... 지금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좀 속상하다,고 말했습니다.
시형이는 기대를 많이 했고 자전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못 간다니 아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다훈이는 지금까지 살면서 겪은 일 중 엄청난 비극 같다. 다음 기회가 생길 거니까 비굴해하지도 속상해하지도 말고 그렇게 살아가자,고 말했습니다.
은혁이는 실망이 크지만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만 날이 아니고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라고 말했습니다.
브라보는 그동안 연습을 함께 하지는 못 했지만 친구들의 아쉬움이 클 거 같다. 기회는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열매 친구들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보라는 뜻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전거순례를 준비하고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그 과정에서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말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부님 말씀처럼 아이들이야말로 지혜로운 선택과 충분한 답을 갖고 있었는데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그때는 그걸 왜 몰랐을까요? 자전거 연습을 하는 동안에 우리는 이미 제주도를 다녀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겼지만 아이들이 실망하고 그걸 추스리는 과정까지가 비로소 제주도였던 것이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가을이 다가옴을 느낍니다. 아침저녁으로 날은 쌀쌀해지고 한낮의 바람은 서늘합니다. 나뭇잎은 하나둘 날리기 시작했고 가을꽃 국화는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냅니다. 해룡뜰의 벼는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여가고 동천 둑길의 갈대는 은빛 물결로 파도칩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우리는 쉽게 알아채지 못 하지만 계절은 어느새 알고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킵니다.
제주행 배를 탈 시간에 우리는 어제처럼 꿈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다섯번의 자전거 연습은 끝났지만 제주도 자전거순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계속 살아가듯이 제주도 자전거순례는 계속 되어질 것입니다. 멀리 제주도에서가 아니라 우리 주변 길에서, 내가 가는 지금 이 길에서 계속 이어지겠지요? 제주도는 제주도에만 있지 않고 우리 곁에, 내 곁에 있었습니다.
'사진 몇 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이 되기 전 와온 (0) | 2014.10.26 |
---|---|
시낭송회... (0) | 2014.10.18 |
2014여름공동수련 (0) | 2014.08.26 |
하늘친구 천인클럽 900일 회향 (0) | 2014.07.17 |
연극반 <영숙이> (0) | 2014.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