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 운동장과 낡은 시멘트 계단 어느틈, 어디에나 온통 꽃이 핍니다. 지금은 꽃이 한껏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노랗고 하얗고 온갖 색으로 반짝거립니다.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산뜻합니다. 사람들은 두꺼운 외투를 장롱에 넣어둡니다. 얇아진 옷차림만큼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사람들은 발 아래에 피어있는 작은 꽃을, 저기 산능성이에 피어나는 하얀꽃을 바라봅니다. 사람들은 봄이 오면 무엇이든 진득하고 깊게 바라봅니다. 봄은 땅 위에, 하늘 아래 모두를 서로 깊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봄을 봄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작은 찻잔과 예쁜 와인잔을 챙기고, 새콤달콤한 과일을 담고, 말랑한 떡과 향긋한 와인을 준비합니다. 기억하기 어려운 이름을 가진 열매를 얹은 치즈와 과자를 만들어 가져옵니다. 진한 커피향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릅니다. 보랏빛, 노란빛 작은 화분이 올망졸망 모여있고 화사한 꽃다발이 놓여있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사람들은 팽나무 아래로 봄을 맞으러 소풍을 나옵니다. 사람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병풍처럼 둘러진 매화꽃을 바라봅니다.
사람들은 바이올린, 비올라, 피아노 소리에 맞춰서 노래합니다. 봄을 맞이하는 노래, 봄을 바라보는 노래를 합니다. 사람들은 노래하고, 몇몇은 코를 훌쩍거리고, 몇몇은 웅얼거리다가 그냥 먼 산을 바라봅니다. 아이들은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봄기운을 전해줍니다. 사람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서 Rumi의 음성을 대신 전해줍니다. "들어라, 내 가슴아. 네가 기쁨과 슬픔의 차이를 느끼는 한, 너는 두 조각으로 찢어지리라."
꽃은 봄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사람들은 조금 더 바라보기 위해 화분에서 옮겨 심습니다. 이제는 바람이 시작되는 곳일지도 모를 그 자리를 꽃으로 단장을 합니다. 땅을 파고 꽃을 옮겨심고 다시 덮고 물을 뿌리고 나뭇잎을 뿌려줍니다. 그곳 팽나무 아래에 꽃이 한창입니다. 언제나 봄이 지나간 자리에는 꽃잎이 흐드러집니다. 와온바다를 건너온 바람이 살랑 불어옵니다.
사람들이 꽃무더기처럼 모여서 소풍 음식을 나누어 먹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떡국을 그릇마다 퍼서 나눕니다. 사람들은 닭장으로 만든 떡국이 맛있어,라고 말합니다. 포도주를 마시고 막걸리를 들이킵니다. 보온병에 담긴 커피는 여전히 깊은 향을 냅니다. 사람들은 어느새 불콰해진 얼굴로 인자 봄이 와불었어, 합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왔다는 담배를 나누어 피웁니다. 담배연기가 봄바람을 타고 사라집니다.
이태 전 봄날 밤, 가로등 불빛 아래에 하얀 목련꽃 이파리가 수북히 쌓였습니다. 가로등 곁에 목련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봄을 전해주는 바람은 세찼고 밤공기는 차가웠습니다. 목련꽃 이파리가 밤하늘을 하얗게 수놓았습니다. 목련꽃 이파리가 가로등 아래에 수북히 쌓였습니다.
봄날 밤과 낮은 지나갔고 사람들은 다시 모입니다. 사람들은 다시 찾아온 봄을 맞으러 모입니다. 올해는 봄을 맞으러 봄소풍을 나옵니다. 봄이 그곳에서 시작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는 듯 크게 숨을 들이마십니다. 봄내음이라도 맡아보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깊게 바라봅니다. 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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