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학년 친구들이 지난 9년 동안 사랑어린배움터에서 지냈던 날들을 매듭 짓는 날입니다. 그리고 우리 9학년 친구들은 다시 길을 떠날 것입니다. 매듭을 짓는 날 오전, 9학년 친구들이 그동안 고민하고 생각했던 자신의 매듭을 에세이를 통해서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지었던 매듭을 함께 나눴습니다. 그 친구들이 지은 매듭을 보며 우리는 생각합니다. 내 삶의 한 매듭을 짓고 다시 길을 떠나는 마음에 대해서,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그리고 내 삶의 한 매듭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9학년 친구들 각자가 바라본 자신들의 16년 삶을 통해서 우리도 우리 삶을 살짝 바라봅니다.
재민이는 <엄마와 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엄마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이 가야할 길의 방도를 찾아주신 분이고, 엄마와 함께 했던 많은 일들과 재밌는 이야기들이 꽤 있기 때문에 엄마를 주제로 에세이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 사랑어린배움터에 들어왔던 이야기 그리고 9학년 1학기 때 사랑어린배움터를 잠시 쉬었던 이야기 등을 담담하게 풀어냈습니다. 소심한 자신에게 늘 힘이 되어주고, 자신에게 공감해주었던 엄마와의 추억들이 지나갑니다. 자신이 중요한 고민을 할 때 엄마에게 의견을 구하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고민 심하게 하지 말고 네가 끌리는 대로 해."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말씀은 없으셨지만 이 말만 들어도 큰 힘이 되었답니다. 어릴 적부터 소심하고 고민을 많이 하는 성격이지만 엄마 덕에 지금까지 잘 커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재민이가 말하는 자기 모습입니다. "에세이를 쓰는 현재까지 진로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무엇을 하며 살 건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볼까?'라는 생각이 든다. 진로는 아직 정하지 못 했지만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정직하게 베풀며 살고 싶다. 어른이 돼서는 '레고랑 관련된 일을 해볼까?'라는 생각도 가끔씩 든다. 나는 소심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하고 하고 싶은 것은 하는 그런 사람이다."
엄마한테 쓰는 편지
안녕하세요, 엄마.
저는 엄마의 둘째아들 박재민입니다. 편지를 쓰면서 제일 처음으로 들었던 생각이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높임말로 글을 써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에요.^^
에세이를 쓰면서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네요.
에세이를 보시면서 아시겠지만 엄마는 저의 16년 인생 동안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사람입니다.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면 엄마가 저에게 주셨던 많은 시간들을 제가 놓치고 살아온 것 같아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네요.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관심을 가지면서 살아가보려구요.
겨울이라 춥습니다. 몸조리 잘하시면서 다니시고 집에 돌아가면 다시 정답게 살아봐요~^_^
2015. 12. 21 월요일 오후 9:31
관옥나무도서관 이야기방에서 재민이가 엄마한테 올림
은성이는 <음악을 그리다>라는 제목으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기 인생의 반을 차지하는 음악, 좋아하는 음악, 음악을 할 때 칭찬도 많이 받았고, 기타를 치는 나를 보고 빛이 난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계속 음악을 했다고 합니다. 자신을 음악의 길로 이끌어 주신 분으로 피아노 선생님이신 엄마와 초등학교 5학년 때 기타를 가르쳐주던 허리케인을 꼽았습니다.
자신은 앞으로도 음악을 계속하고 싶고 오래오래 할 것이라고 합니다. 소심하고 부끄럼을 많이 타는 자신을 음악이 조금은 개방적으로 바꿔주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칭찬의 힘이 자신을 탄탄하게 만들어준 거 같답니다. 그리고 은성이는 음악에 관련된 일은 무엇이든 하고 싶고,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작은 음악들을 하면서 가수라는 꿈에 가까워지고 싶다고 합니다. 우리는 은성이가 만들고 부른 노래를 들었습니다.
바다 바다 바다
밤바다에 간다. 해변가에 눕는다.
별을 바라본다.
이렇게 멈춰버린 시간.
풀벌레가 운다.
참 서럽게도 운다.
별을 보던 나도
따라 슬퍼진다.
풀벌레 소리가 어울리지 않게 이곳은
바다 바다 바다 바다
풀벌레 소리가 어울리지 않게 이곳은
바다 바다 바다 바다
파도소리는 내 슬픔 지우는 소리
기쁨밖에 남지 않도록
보고 싶다는 말 가장 잘 어울리는
이곳은 바다 바다 바다
은빈이의 에세이 주제는 그림입니다. <밑그림부터 천천히>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원주 한알학교를 2학년까지 다니다가 사랑어린배움터에 3학년으로 편입한 은빈이는 한알학교에서 늘 막내였답니다. 그런데 이곳으로 오면서 갑자기 제일 높은 학년이 되어서 언니, 누나, 졸업 이런 단어들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에세이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니 쉽게 주제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자라오면서 항상 놓지 않았던 것들 중 하나가 그림이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그림이라고 합니다. 또 자신이 자라면서 그린 그림들을 보면 '내가 정말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걸 느낀다고 합니다.
은빈이는 밑그림, 선긋기, 색칠의 순서를 따라서 자기 삶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진심으로 그림을 좋아하는 자기를 만나고 자기가 상상하는 미래에는 늘 그림과 함께한다고 합니다. 또한 그림의 취향도 바뀌어왔고, 소심하고 움츠려있던 성격이 지금은 즉응적이고 모 아니면 도인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파티학교에 들어가는 자신의 확실한 목표가 생겼고 이를 위해서 2년제인 꿈틀학교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은빈이는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수하게 많지만 진로와 같이 생각해지면 막막해져서 내년 1년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려고 한답니다. 벽화도 그려보고, 도예도 배우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미술재료들은 자기 돈으로 살 것이라고 합니다.
은빈이는 에세이를 쓰면서, '그림으로 시작한 글이 다른 곳으로 새지 않고 그림으로 끝나서 다행이다' '내가 생각하는 미래에는 아직 그림이 있구나' '나에게 그림이란 뭘까?' 하는 생각 등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그림이란 정말 소중하구나. 지금까지 살았던 날들에서 그림을 뺀다면 정말 반도 안 남겠구나' 하는 결론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은빈이가 전하는 에세이의 마지막 말입니다. "류은빈의 16년을 글로 쓰면서 류은빈에게 그림이란 무엇인지 말해주고 싶었던 같다. 나에 대해서 다 말해줬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며 이것으로 류은빈의 16년치 그림은 그려졌다. 이제 나머지 그림을 그려야겠지."
찬이의 에세이 제목은 <나의 인생을 돌아보다>입니다. 주제는 아토피입니다.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아토피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 같기 때문입니다. 어릴적부터 아토피 때문에 바깥활동은 좀체로 하지 않았고 주로 책 읽는 걸 좋아했답니다. 과자나 고기 따위를 거의 먹지 못해서 지금은 그런 것들이 먹고 싶기도 합니다. 찬이는 아토피 때문에 사랑어린학교에 들어오게 된 일,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아토피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어 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찬이는 자기 삶에서 아토피를 선물로 받아들이기로 했답니다. 아토피는 자신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어느 순간 아토피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게 됐답니다. 그리고 아토피가 자신의 진로 결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자기 생활의 반 이상이 아토피로 인해서 이루어졌으며 지금이라도 나으면 좋겠고 나았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는 않으나 이제는 반드시 나아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나았으면 하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아토피로 인해서 이 학교와 친구들 그리고 여러가지 선물을 받았으며 그래서 아토피는 자신에게 선물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아직 남은 삶을 더 살아봐야 알겠지만 나는 선물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라며 에세이를 마쳤습니다.
영광이는 에세이보다는 논문을 썼습니다. 제목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 것, 학교 폭력>입니다. 어릴 적에 학교폭력으로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어서 누구에게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주제를 '학교폭력'으로 잡았다고 합니다. 사랑어린배움터 내에서의 폭력과 전반적인 학교폭력을 다루었습니다. 사랑어린배움터에서 일어난 폭력에 대해 조사하고, 일반적인 '학교폭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조사방법으로 인터넷, 책, 설문지, 인터뷰 등을 사용했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폭력과 많은 슬픔이 있고, 학교폭력은 나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슬픔의 노래와 같다고 말합니다. 장난으로 시작된 학교폭력, 피해자가 어느 순간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악순환과 자신이 피해자일 때 가해자였던 아이의 슬픔을 보고 학교폭력은 슬픔이 낳은 아이와 같다고 생각했답니다. 사랑어린배움터 5학년부터 9학년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29명 중 20명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선생님께 주로 알렸으며, 교실에서, 학교 선배나 친구로부터 폭력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작년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답한 친구는 10명인데 늘었다와 그대로를 합하면 8명이라서 크게 작년에 비해 큰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선배로부터 폭력을 당할 때 대처방법으로(중복선택 포함해서) 하지 말라고 한다, 화를 낸다,가 20명이며 무서워서 참는다,는 친구는 3명이었습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광양의 한 초등학교에서 실제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소개했습니다. "내 말 좀 들어줘"라는 시간에 후배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또 서로가 "잘 했다, 착하다" 등의 칭찬을 말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서 자신감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풀고, 좋은 행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학생이 주인이 되는 학교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대화를 통하거나 동아리 활동 등으로 학생들 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고 폭력과 오해를 줄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폭력과 전쟁의 실상에 대해 깨닫고 우리 모두 평화꾼이 되자고 말했습니다. 달라이 라마 존자님의 "모든 사람이 평화를 원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평화가 찾아온다." 는 말씀을 되새겼습니다.
도익이의 에세이 제목은 <내가 가야할 곳, 마을>입니다. 도익이는, "쌀 한 톨에 우주가 있다고 하듯 나는 마을이라고-마을에 우주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을'이란 주제로 나의 이야기를 풀어"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는 그냥 내가 살았던 곳, 살아갈 곳이라는 의미로 마을을 정의했습니다. 자신이 부산의 괘법동, 금곡동, 화명동, 해룡면 등에서 살면서 모든 곳이 중요한 곳이며 내가 살면서 배운 것, 느낀 것, 놀러간 등을 모두 이 마을에서 했기 때문에 자신의 16년 인생이 '마을' 안에 있다고 여긴다고 했습니다.
부산 친구들이 함께 다녔던 '쿵쿵어린이집', '징검다리를 놓는 아이들' 방과 후 학교, '사랑어린배움터' 그리고 여행과 순례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이야기 속에 마을 사람들이 항상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도익이가 너무 좋아한다는 부산의 명물인 돼지국밥에 대한 소개와 맛있게 먹는 방법 등을 들려줬습니다. 돼지국밥을 먹으며 어른스러움을 키웠다고 합니다.
도익이는, 내 머릿속 마을 이미지는 쿵쿵어린이집과 징검아, 사랑어린배움터 같은 곳이다. 사람들이 서로 함께하고 가족처럼 지내는 곳 말이다. 마을이 먹여주고 재워주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자랐다. 또 사람과의 만남은 마을과의 만남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나는 마을에서 커왔고 사람이 마을이듯이 나는 마을이다. 내년에 다니기로 한 고등학교는 없다. 아니 가고 싶은 고등학교가 없었다. 조금 불안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살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겠다.
찬솔이는 에세이를 발표하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지켜보던 신난다가 손수건을 건네주었습니다. 자기 차례가 끝난 뒤 내려와 앉아서도 한참을 울었습니다. 바라보던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히고 함께 울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마음껏 눈물을 흘리려무나. 너의 아픔, 너의 슬픔을 다 쏟아낼 만큼 눈물을 흘리려무나. 우리가 함께 눈물을 흘렸으니 아토피로 더이상 아파하지 않을 거야. 너의 눈물이 너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우리의 눈물이 너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다독일 수 있다면...
'아토피'를 주제로 글을 쓸 자신이 없어서 피하려 했지만 다른 주제가 떠오르지 않았고 주제에 대해 생각할수록 '아토피' 세 글자만 계속 맴돌았던 찬솔이는, 결국 아토피를 주제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자신에게 아토피가 생겼던 이유, 함께 고생해주신 분들, 아토피와 함께했던 날들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나갔습니다.
아토피를 치료할 때 상처가 타들어가는 듯이 아팠던 기억, 그걸 지켜보던 엄마와 아빠의 눈물을 떠올렸습니다. 아빠가 1년 동안 휴직을 하고 자신을 위해서 강원도 평창의 황토펜션에서 동생과 셋이서 살았다고 합니다. 요즘 아빠에게 그때처럼 평창에서 살 수 있겠냐고 물어보면 아빠는, 어우, 나는 다시는 그런 짓 못 하겠어~라고 하셨답니다. 찬솔이는 자신을 위해서 고생하셨던 아빠에 대한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흐릅니다. 그리고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엄마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담겼습니다.
찬솔이는 아토피로 인해 배운 것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아픔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들이지만 주변 사람들의 말로 인해 자신은 평범한 사람인데 아토피라는 철장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불편한 곳이 있으면 겉으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아토피로 인해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을 더 받은 것 같다고 합니다.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해도 겉으로 드러내주지 않는 동생에 대한 고마움과 자신을 위해 금식기도를 하셨던,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렸습니다.
찬솔이는 아토피로 힘들고 절망하고 슬프기도 했지만 그걸로 아픈 사람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 이제는 아토피를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찬솔이도 엄마, 아빠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께
엄마, 아빠 몇 년 전 힘들어썬 날들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그날들을 증오하면서 슬프게 살아왔습니다.
'난 왜 아토피가 있지?' 왜 나한테만 있지?'라는 의문을 가지면서 하루하루 힘들게 보냈습니다.
하지만 제 곁에 엄마, 아빠 그리고 찬비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어요.
곁에 가족들이 없었다면 저는 좌절을 했을지도 몰라요.
매일 드는 생각이지만 제 곁에 있어주셔서, 힘이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저를 신경써주시고, 걱정해주셔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아토피 때문에 울었던 날들을 잊을 순 없겠지만 지금까지 왔다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요.
항상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엄마, 아빠의 아들 찬솔 올림
초은이는 찬솔이가 흘린 눈물 자국을 따라서 왔나 봅니다. 연극 연습을 할 때 연극선생님께서 초은이에게 하지 말라고 한 것이 있습니다. 초은이는 실수할 때면 자기 뺨을 슬쩍 때립니다. 연극선생님께서, 누가 보면 내가 시킨 줄 알겠다! 하시면서 다독였지요. 한참을 찬솔이의 눈물 자국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던 초은이는 스스로를 다독이는 토닥거림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고도 에세이 제목인 <아빠와 함께라면>을 꺼낼라치면 또 울었고 다시 토닥이며 웃었습니다. 울다가 웃은 초은이는 아빠와 함께했던 지난 16년을 이야기 했습니다.
자신이 부모여도 고등학교를 가지 않고 1년을 쉰다고 하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기는 하지만, 자신은 당장 고등학교를 가는 것 보다는 1년 정도 집에 있으면서 정말 하고 싶은 걸 찾고 싶고, 지난 3년 기숙사 생활로 집에서 지내고 싶기도 하니 내 마음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 내 꿈이다. 그리고 아빠 같은 남자를 만나서 엄마 같은 엄마가 되겠다. 그래서 내 자식이 만약에 에세이를 쓴다면 그 아이에게 에세이 주제가 내가 되게끔 하는 게 내 목표다,라며 에세이를 끝맺었답니다. 초은이가 아빠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아빠에게
아빠!
내가 아빠를 에세이 주제로 정했어.
일부러 아빠 놀래켜 주려고 아빠한테 말 하지 않은 거니까 이해해줘.
에세이를 쓰고 보니까 내가 아빠와의 추억이 되게 많더라고.
그래서 그런 추억들을 다시 떠올리게 됐어.
옛날 일이지만 신기하게 기억이 다 나더라고.
아무래도 그때 내가 많이 즐겁고 좋았나 봐. 그래서 항상 아빠한테 고맙고 그래.
내가 어릴 때 친구들한테 아빠랑 많이 놀고 친하다고 하니까 애들이 다 부러워했어.
보통 아빠들은 무뚝뚝한 아빠들이 많더라고. 그래서 내가 많이 뿌듯하고 기분도 좋고 그랬어.
그리고 사람들이 나 보면 다 아빠를 닮았다고 해. 걷는 것까지 말이야.
그래서 아빠가 좋아하는 걸 내가 좋아하고 그래서 아빠랑 많이 놀고 그랬던 것 같아.
그런데 내가 초등학생 때는 아빠랑 많이 놀고 그랬는데
내가 여기와서 밖에 나가고 하는 걸 많이 귀찮아해서 아빠가 탁구 같은 것 치자고 했는데 가지 않고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니 많이 미안하네.
이제 졸업하고 시간 많으니까 그런 시간들은 많아질 것 같아.
아빠 언제나 고맙고 나중에 단둘이 꼭 같이 여행가자 꼭!
사랑해~
아빠의 둘째 딸 초은
사랑어린 9학년 친구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16년 자기 삶에 대한 매듭 하나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인도 순례길에서 정성스럽게 골라온 작은 선물이 든 바구니를 놓았습니다. 우리는 인도에서 온 마음과 그들이 지은 매듭을 하나를 통해서 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길을 찾아 사랑어린배움터를 찾아올 때처럼 다시 길을 찾아 떠납니다. 그들이 가는 길에 그들이 찾고 품은 꿈, 그들의 기쁨과 슬픔, 그들의 사랑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별이 빛을 잃어도 두려움 없이 제 스스로 빛이 나는 것처럼,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 지는 저 들판의 꽃처럼 그렇게 온전하게 자기의 길을 가는 친구들이 되려무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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