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때가 가가워지자 비가 조금 내렸다.
마당 한쪽에 있는 나무의 가지를 쳤다.
무화과가 많이 열려서 구빈이가 좋아했다.
나뭇가지를 솎아내지 못했다. 굵은 둥치를 벴다.
나무가 미장원에 간다면 이것보단 훨씬 낫겠지.
낫과 톱을 들면 보이는 게 없어지는 건가?
내년에는 무화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
구빈이가 실망할 게 뻔하다.
가지가 너무 무성하고 지나다니면 눈을 찌른다고 할머니가 성화였었다.
은하수는 말한지가 몇 달이냐 했다.
오전에 비가 조금 내렸다.
가지를 치지 못하고 벴다.
담벼락이 훤해졌다.
마당에 놓인 나뭇가지를 가지런하게 다시 잘랐다.
자르다가 멈췄다.
널부러진 가지 중에 다리가 짧고 몸통이 긴 강아지처럼 생긴 게 보였다.
솟대를 만들었다. 지난 번 몽피샘이 만드시는 걸 봤다.
솟대는 담벼락을 겨우 넘었다.
강아지로 솟대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잘려진 나무가 하늘로 가는 염원을 가지는지 알 수 없다.
무성한 가지가 제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역시 알 수 없다.
나무는 하늘로 가는 꿈을 꾼다. 강제로.
그걸 또 막아서는 전깃줄의 향연이라니!
구빈이 친구들 소리로 집 안이 소란스럽다.
태연이, 금강이, 인이가 와서 논다.
인이 아빠랑 전화통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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