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놓는 아이들
소철이는 시장 입구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리어카를 끌며 땅콩을 팔고, 어머니는 길거리에서 버스표를 팝니다. 아버지는 힘든 하루를 막걸리로 마감합니다. 소철이는 밀린 기성회비 때문에 걱정입니다. 어머니는 그런 소철이에게 당장 내일 써야할 장사 밑천을 내줍니다. 소철이는 집안의 형편을 알기에 어머니에게 괜찮다고 하지만 마음이 무겁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가난한 것은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하셨지만 어린 소철이가 생각하기에 아무래도 그건 틀린 말 같습니다. 이렇게 부모님께서 고생하며 힘들게 사는 걸 보니 말입니다. 어린 소철이에게는 도무지 알 수 없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멋진 자동차를 타고 수연이가 전학을 옵니다. 수연이는 부잣집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학교를 그만두고 이곳 공립학교로 전학을 온 것입니다. 수연이는 안경을 쓰고 소아마비로 다리가 아픕니다. 같은 반 친구들은 그런 수연이를 놀립니다. 그러다가 수연이의 안경알이 깨지지만 수연은 선생님께 자기 실수로 깨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험을 볼 때 몽당연필이 부러진 소철에게 좋은 연필을 그냥 주기도 하는 친절을 베풉니다. 소철은 이런 수연이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가난한 소철이네에도 잠깐의 행복이 찾아옵니다. 아버지께서 어린이날이라며 찐빵을 한 봉지 사오셨습니다. 아버지랑 소철은 사이좋게 나눠먹습니다. 그리고 소철은 술에 취하기만 하면 읊어대는 아버지의 레퍼토리를 흉내냅니다. "젠장, 내 20년 전 이북에 있을 때만 해도... 우리 뒷산만 팔아도 버스 열 대쯤은 사고도 남고 최신식 자가용도 두 대는 굴렸지. 암! 그렇고 말고..." 아버지는 소철이의 무릎을 베고 누워 노래를 부르고 소철은 큰 소리로 책을 읽습니다. 소철이의 책 읽는 소리가 밤하늘 높이 올라갑니다.
소철이는 점심시간이 되면 교실을 빠져나와 운동장 한 구석으로 향합니다. 도시락을 사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소철이를 수연이가 찾아옵니다. 수연이는 오늘이 생일입니다. 엄마가 수연이를 위해서 음식을 장만해왔지만 수연은 그런 엄마를 피합니다. 학교 스피커로 수연이를 찾는 방송이 나옵니다. 소철이는 선생님께 수연이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수연엄마는 수연이를 차에 태워 가버립니다. 소철이는 혼자 운동장을 거닐며 자기가 괜한 짓을 했나 싶습니다. 소철이는 근사한 생일잔치를 열어주려는 엄마를 피하는 수연이를 이해하기 어렵고 마치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보여서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같은 반 친구들은 수연이가 부잣집 아이라며 비꼬고 놀리다가 급기야 주먹다짐을 합니다. 소철이는, 덕배가 수연이를 다리병신이라며 놀리는 걸 참지 못 하고 덕배와 싸웁니다. 교실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수연은 소철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습니다. 수연은 깊은 산 속에서 혼자 숨어 살고 싶다고 합니다. 새나 나무들은 서로 잘난 체 뽐내지도 않고 남을 흉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수연은, 자기가 다리병신이라고 어떤 특별한 도움도 받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혼자서 걸을 수 있다고 합니다.
수연은 친구들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말합니다. 부잣집 아이들은 다리병신이라며 싫어하고, 가난한 아이들은 부잣집 아이라며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철에게 묻습니다. "소철아, 너도 사실은 내가 싫지? 그렇지?" 소철은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불편한 수연의 한 쪽 다리가 빛나 보입니다. 그리고 무언가 귀중한 것을 얻은 듯 마음 한 켠이 흐뭇해짐을 느낍니다.
천사들이 나타나 홀로 걸어가는 수연이를 위해 노래를 불러 줍니다. "아가야, 걸어라! 두 발로 서서 아장아장 할매 손도 어매 손도 놓고 가슴펴고 걸어라. 고무신 아니 꽃신 신고 저 넓은 땅이 내 땅이다. 삼천리 강산 거칠 데 없이 아가야 걸어라!"
소철과 가까워진 수연이 소철을 워커힐로 초대합니다. 소철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수연이네 차를 타고 워커힐로 갑니다. 수연이네 집 사진을 구경하며 가던 중 운전수가 급정거를 합니다. 운전수는 마주오는 리어카를 향해 막말을 해댑니다. 수연이네 차와 소철아버지의 리어카가 부딪힐뻔 한 것입니다. 소철은 급하게 차에서 내려 아버지를 쫓아갑니다. 아버지의 리어카를 밀어주고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함께 집으로 향합니다. 소철은 아버지를 향해 빙긋 웃습니다. 소철의 볼에 한줄기 눈물이 흐릅니다.
소철아버지는 언덕 위에 새로 이사를 온 이층집 때문에 배가 아픕니다. 영화사 사장입네 하며 비싼 차를 몰고 좁은 골목길을 다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집 차와 마주칩니다. 운전기사와 서로 비키라며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운전기사는 급하다며 비켜달라고 합니다. 운전기사 주제에 자신을 무시한다며 소철아버지도 완강하게 버팁니다. 그때 수연아버지가 나와서, 자기가 시청에 연락을 해서 길을 넓히도록 주선을 하겠다고 합니다. 정치인처럼 행세하는 수연아버지 모습에 화가난 소철아버지는 "그럼, 우리 이 판잣집을 헐어버리겠다는 거냐? 이 날도둑놈 같으니라고..."하며 버럭 화를 냅니다.
다음날 소철은 담임선생님 심부름으로 칠판을 옮기다가 같은 반 친구와 다정하게 오는 수연을 마주칩니다. 소철은 어제 일이 마음에 걸려 수연의 얼굴을 대하지 못합니다. 소철은 칠판을 매고 계단을 내려오다가 엉겁결에 수연과 친구 사이로 돌진하고 맙니다. 수연이 크게 다쳐서 넘어지고 선생님이 업고 뛰어갑니다. 어쩔 줄 모르던 소철은 울먹이며 "내일부터 학교에 안 올 테야!"라고 소리치며 뛰쳐나갑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소철은 학교에 가지 않습니다. 다친 수연이의 약값을 제 손으로 벌기 위해 역전에서 지게꾼으로 일을 합니다. 길에서 만난 친구들이 수연이 소식을 전해줍니다. 수연이는 자신의 실수로 다쳤다고 합니다. 소철은 자기 실수라고 말한 수연이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연이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리고 그동안 일해서 모은 돈을 함께 넣어서 수연이 집 마당에 던집니다. "내 모든 잘못을 용서해 다오. 넌 언제나 나를 잘 대해 주었는데 나는 너를 넘어뜨렸다. 솔직히 말해 내가 왜 그날 네게 밀어닥쳤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 여기 돈 200원을 보낸다. 약값에 보태어 써다오. 꼭 부탁한다. 난 이제 더 이상 널 만나지 않겠다. 부디 몸조심 잘 하고, 잘 있어라. 소철이가"
소철이는 집으로 찾아온 선생님을 피합니다. 선생님께서 편지를 써놓고 가시는 걸 훔쳐보다가 집으로 들어와 편지를 읽습니다. 선생님께서 수연이 누나로부터 소철의 편지를 받아보았으며, 소철이를 대견하게 여기고 있으며 수연이는 곧 퇴원하니 함께 만나기를 바란다고 하십니다. 다시 집으로 찾아온 선생님이 소철아버지를 만나서 소철에게 용기를 주기를 바라며 소철이를 통해서 자신도 많이 배웠다고 합니다.
비가 오던 날 수연이가 소철이 집으로 찾아옵니다. 퇴원 후 누나를 통해 편지를 받고 돈을 돌려주러 온 것입니다. 소철은 받지 않겠다고 하지만 수연은 소철이 손에 쥐어 줍니다. 수연은 울면서 그동안 동무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소철과 수연은 함께 우산을 쓰고 집을 나섭니다. 둘이 골목길을 걷는데 갑자기 공사가 중단된 담장이 무너집니다. 소철은 자신의 몸을 날려 수연을 보호합니다. 둘은 의식을 잃고 작은 천사들이 나타나 두 사람을 위해 마음을 모아줍니다.
소철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수연이를 부르며 수연이를 걱정합니다. 수연이는 다친 데가 없습니다. 소철이도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어서 보름 후에 퇴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수연이네 가족과 선생님이 소철이를 위해 마음을 모아 줍니다. 빗소리도 그치고 차소리도 끊어지고 병원 앰불런스 싸이렌 소리만이 간간히 들려옵니다. 소철이네 동네 사람들도 소철이와 수연이 걱정에 아직 잠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울가 다리 위 가로등이 개울물에 비춰 반짝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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