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어린사람들

장일순선생님에 관한 이야기 마당 더보기
연극 보러 와주셔서 감사드려요 더보기
가을, 은행잎 하나 비가 오네요. 가을이 깊어질 모양입니다. 길가 은행나무의 이파리가 다 떨어지고 나면 가을은 어느새 저만치 가버리고 말겠지요? 그리고 우리들은 옷깃을 여미고 하얀 겨울을 조용히 기다릴 테지요. 누군가는 춥다고 호들갑을 떨고, 누군가는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든다고 하고, 누군가는 흰 눈이 펑펑 쏟아지기를 바라고, 누군가는 추위에 곤궁한 삶을 걱정할 테고, 누군가는 새싹을 기다릴 테고... 시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고, 내 곁에 머무르기나 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내 곁에 다가왔는지 알 수 없으니 지나가고 난 뒤에야 그가 남긴 흔적을 보며 아쉬워하는 모양입니다. 가을날 은행나무 이파리를 날려버리는 바람처럼 시간은 그렇게 우리 곁을 스쳐갑니다. 지금 여기에서, 그와 마.. 더보기
여인숙 사람들 밤새 마신 술로 머리는 지끈거리고 속은 울렁거렸다. 골목길을 돌아서자마자 쪼그려 앉아 밤새 마신 술과 안주를 쏟아냈다. 누군지 모르지만 등을 두드렸다. 술김에도 나는 너무 세게 두드린다며 그에게 타박을 했다. 토사물이 튈까봐 친구놈들은 멀찍이 떨어져서, 등을 두드려줘도 뭐라 하네,라거나 얼마나 마셨다고 죽는 시늉을 하냐,라며 투덜댔다. 뱃속에 담긴 모든 걸 끄집어내자 눈물, 콧물이 찔끔거렸고 옷자락으로 침인지 위액인지를 훔치고 마른 세수로 그것들을 씻어냈다. 어기적 어기적 몇 발자국을 옮긴 뒤 좁고 어두운 계단을 올라갔다. 이불 위로 쓰러졌을 때 커튼도 없는 창문으로 네온불빛이 번쩍이며 들어왔고, 지나가는 자동차 불빛으로 방안은 환해졌다가 곧 어두워졌다. 여전히 머리는 지끈거리고 속은 울렁거렸다. 감긴 .. 더보기
안녕, 토야마! (さようなら 富山!) 시간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흘러 가는 걸까요? 시간은 가만히 있는데 내가 왔다가 가는 걸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고 이제 토야마는 다만 기억과 추억으로 남아서 내 마음 한쪽에 채워져 있습니다. 물설고 낯설은 곳,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도 시간은 흘러가고 그 흐름에 따르듯 우리는 어떻게든 주린 배를 채우고 지친 몸을 뉘일 곳을 찾아갑니다.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제각각 삶을 살며 환한 미소로 마주하거나 혹은 난처한 표정으로 서로 어색해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시간에 순응한다는 듯이 말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있던 곳으로 훌쩍 돌아왔고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시 자신들의 삶을 마주합니다. 여행은 무얼까, 생각합니다. 관광과 여행의 차이는 뭘까, 생각합니다. 관광객보다는.. 더보기
일본 토야마(富山)에서 토가(利和)연극촌까지3-SCOT SUMMER SEASON 9월 첫날 비가 내리네요. 도가무라에 있을 때 비가 오다가 맑다가 또 비가 오다가 구름이 안개처럼 둘러싸이곤 했는데... 높은 지대라 날씨 가 변동이 심해서 비옷을 늘 챙겨서 다녔는데.. 29일 도가무라의 아침은 가느다란 비줄기 속에서 시작됩니다. 간밤에 계속 비가 내렸습니다.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도 텐트 안이 습하지 않고 침낭 속이 고실고실하네, 라는 생각이 잠결에도 들었습니다. 느지막이 일어나 2km떨어진 온천으로 향합니다. 갈 때는 셔틀버스를 타고 가고 올 때 맑고 상쾌한 몸으로 걸어옵니다. 벌써 벼를 벤 논도 있고 메밀꽃이 핀 논도 보입니다. 동네를 빙 둘러싼 산능성에는 구름이 안개처럼 휘감고 있습니다. 지난 밤 본 연극에 대해 서로 얘기나누고 연극쌤의 주 관심사인 농사에 대해서 얘기.. 더보기
일본 토야마(富山)에서 도가(利和)연극촌까지2-SCOT SUMMER SEASON \ 25일과 26일은 렌트카를 타고 다닙니다. 우리팀이 11명이어서 소형차와 7인승 카니발 같은 차 두 대를 빌렸습니다. 토요타에서 운영하는 렌터카회사에 예약을 했고 도야마 역 앞 토요타지점에서 픽업을 했습니다. 토요타는 일본 웬만한 곳엔 렌터카 지점을 운영합니다. 차를 타고 다니니 아이들은 좋아라 하지만 운전하는 저와 연극쌤은 완전 긴장모드로 초보운전과 똑같습니다. 함께 탄 사람들이 계속 왼쪽, 왼쪽 외쳐줘야 반대차로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우리와 운전석을 비롯해 모두가 반대입니다. 겨우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타니 좀 여유가 생깁니다. 렌터카를 타고 시라카와고라는 마을로 갑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일본 전통 마을입니다. 눈이 많이와서 집 형태가 손으로 합장하는 모양입니다. 우리 초가지붕처럼 짚으.. 더보기
일본 토야마(富山)에서 토가(利和)연극촌까지1-SCOT SUMMER SEAON 일본 도야마에 온지 3일째 밤이네요. 어찌됐든 말도 안 통하는 낯선 곳에서도 시간은 흘러가고 주린 배는 채워지고 가보고 싶은 곳은 찾아가게 되네요. 신기하게도... 지난번 봄에 연극 공연이 끝나고 티켓판매한 것과 전남도에서 지원금이 남았는데 연극선생님께서 이걸 어떻게 쓰면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고민하다가 매년 8월 말에 일본 도야마 도가라는 마을에서 연극축제를 하는데 거길 가면 좋겠다고 학생은 반액, 어른은 3분의 1정도 극단에서 부담할테니 가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습니다. 초등학생 포함해서 11명이 간다고 했고 비행기 예약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확정된 줄알았던 예약이 취소 되고 도야마행이 취소됐는데 다시 추진해서 이번에 오게 됐지요. 처음과 다르게 이틀이 늘어나긴 했지만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천천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