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실댁1 1928년생인 오실댁은 올해로 아흔네 살이다. 오실댁은 친정이 골프장 앞 동네 오실이어서 오실댁이다 오실댁은 아들 딸 둘을 낳았고, 작은댁 아들과 딸을 데려와 키웠다 일찍 장가를 보낸 아들이 큰손자를 낳았는데 며느리는 손자를 낳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노름하는 사위랑 살다가는 앞날이 뻔하다는 친정어매 말을 어기지 못했다 야밤에 친정식구들 틈에 싸여서 친정으로 갔다 오실댁은 사돈집에 쫓아가서 빼앗긴 손자를 도로 찾아왔다 오실댁은 타지에서 돈을 버는 영감을 기다리지 않았고 두 살 배기 손자를 막둥이처럼 키웠다 영감은 겨울날 아침 돼지막을 치우다 쓰러져서 세상을 떴다 오실댁은 틈만 나면 동네 사람들한테 우리, 손주가... 우리, 손주가... 하며 자랑했고, 막둥이 같은 손자는 응답이라도 하듯 큰 소리로 국어책을 읽었다 중학생이 된 막둥이 같은 손자가 야간자습을 하느라 늦으면 오실댁은 어김없이 골목에서 팔짱을 낀 채 목을 빼고 기다렸다 멀라고 나왔는가? 하면, 잠이 안 와서 안 나와봤냐 한다 오실댁은 밤참으로 고구마와 싱건지를 내놨고 손자는 밤고구마는 없당가, 하고 싱건지 국물을 후루룩 마셨다 1970년생 막둥이 같은 손자는 1928년생 오실댁 젖가슴을 쪼물닥거리며 잠이 들었다 |
<몽하리사람들>5호 2021.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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