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분노, 고통에서 해방 되는 길
아이, 봐서 머헐 것이냐. 송아지 둠벙 쳐다보기당께. 그때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더라면 뭐가 달라져도 달라졌을까. 세월은 속절없이 흐르고, 시간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니 알 수 없는 일이며, 알 수 없는 일은 알 수 없는 대로 가만히 흘러간다. 다만, 기어코 알아야겠다며 악다구니를 쓰니 상처로 시작해서 분노 속에서 헤매다가 고통에 매여 사는 일이 어디 이것뿐일까. 그가 할머니 말을 되새긴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는 때때로 할머니 음성을 들었지만 한동안 잊고 있었다. 아이, 머시기야. 냅둬불어라. 그것이 송아지 둠벙 쳐다보기당께 자꼬 그랬싼다이. 그럴 때마다 그는 그래, 송아지가 둠벙을 쳐다보며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수면 아래 붕어를 잡을 수 있을까, 우렁이를 건질 수 있을까, 그저 수면에 비친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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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맞이 콩쿨대회
추석맞이 콩쿨대회 1. 월곡마을은 전라남도 순천시 남산 남서쪽 자락에 쏙 들어앉아 있다. 마을 앞으로 이사천이 흐르고, 이사천은 순천만을 통해 먼바다로 간다. 마을 삼분의이 지점에 회관이 있고, 회관 뒤로 난 길이 마을을 둘로 나눈다. 길 위로 남산 쪽은 안침이고, 아래는 바깥침이다. 아이들은 안침, 바깥침으로 편을 나눠 축구를 하고, 야구를 하고, 자치기를 하고, 오징어깐세, 삼팔선깐세를 한다. 안침은 가구 수가 바깥침보다 적어서 아이들 수도 적지만, 열 번 하면 일곱이나 여덟은 이긴다. 고등학교 이학년이 주축이 된 학생회의 회장도 주로 안침 출신이 맡는다. 학생회에서 한 달에 한 번, 일요일 아침에 마을 대청소를 한다. 학생회는 안침, 바깥침이 따로 없다. 마을 대청소를 하는 날에는 국민학생도 빗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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